일부 중.고교 자격요견 제한에 학생 반발
학교 "최소 기준"... 인권위 조사 논란 확산

상당수 중.고등학교에서 전교 학생회 정.부회장 출마 자격요건으로 성적 제한을 두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공부를 못하면 학생회 간부도 될 수 없느냐'는 학생들의 반발과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는 학교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차별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 우등생만 회장하나? = 서울 ㅎ고교는 학생회 간부 출마자격 요건으로 '7과목 이상의 계열석차가 20% 이내여야 하고 국어, 수학, 영어가 7과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서울 ○중은 '평균 성적이 70점 이상이거나 학년 석차가 3분의 1 이내여야 한다'고 제한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인권위에 '초.중.고 학생회장선거 때 학교성적을 기준으로 입후보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진정을 한 박모군(18)은 26일 "학업성적과 학생회 활동과는 큰 연관성이 없음에도 출마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교생 박모양(17)도 "학교에서는 수시모집 등에 유리하다며 적극적인 교내활동을 권장하면서도 이렇게 성적으로 기준을 명시해 놓은 것은 성적 만능주의"라고 말했다.

◇ '학교 내규일 뿐' vs '비교육적 규정' = 성적 제한을 두고 있는 서울 ○중 민모 교감은 "내규상 성적 제한을 두고 있지만 기준은 매우 관대해서 실제로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회장 선거 때 성적 등의 요소를 없애라고 일선 학교에 권장사항 형식으로 공문을 내린 적 있다"며 "그러나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통제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칠 의무가 있는 학교에서 드러내놓고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은 '반교육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 이병규 대외협력실장은 "한국 학교 현실의 잘못된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 이라며 "전교조나 시민단체 등에서 지적하기 전에 각 학교들이 알아서 없애야 할 비교육적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ㅎ고 송모 교사(28.여)도 "성적은 안좋지만 활동적이고 리더쉽도 있는 학생들이 많다"며 "그 학생들이 학생회를 운영하면 더 잘 될 수도 있는데 기회조차 갖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