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에 간만에 비오 신부님을 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몇 꼭지들은 이 게시판에 올려 같이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신부님 의견이 있어서 몇 글자 적어봅니다.

 

제가 주일학교 교사를 처음 시작했던 게 10년 전인 1994년이네요.  그 당시에 고 2학년 담당이었을 겁니다.  성탄을 앞두고, 대림.성탄 교리를 하고 있던 때었습니다.   수업 때, 젤 열심히 듣고 있던 학생이 질문을 했습니다.

 

  "근데요, 선생님. 만약에 성모님이 가브리엘 천사가 알려준 사실(동정녀의 몸으로 예수님을 잉태한다는 것)을 거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 생각해도 많이 당황스런 시츄에이션(?)이죠.  그것도 제일 신앙 생활 열심히 한다는 학생이 진지하게 물어본 질문이라 더욱 그랬습니다.  주일학교 교사할 때도 기본 교리지식이라고 해봤자 "첫영성체 교리" 때 배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죠.  그때는 교사 체면에 모르겠다라고 대답하면 안될거 같기도 하고, 나름대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신다"는 명제를 믿고 있었기에 얼결에,
 

 "성모님이 거절했다면, 하느님께서는 또 다른 마리아를 찾아 나섰을거야."라고 말해버리고 얼렁 뚱땅 넘어갔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면, 학생들이 보다 자신들의 삶안에서의 신앙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적어도 "하느님의 섭리"라는 관점과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관점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었을텐데요.

 

  신앙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학생조차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했던 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만약, 그 학생에게 올바른 가톨릭 세계관을 심어주는데 조금이라도 내가 기여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무척 아쉽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청소년 사목을 하는 분들이 제일 먼저 갖춰야 할 것이 단순 교리 지식이 아닌, 올바른 가톨릭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이 말라 하는 친구들에게 정답은 아니더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겠구요.  이상이었습니다.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5년 6월 14일  명훈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