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올해 캠프에서는 참 많은 것들을 얻고 온 것 같습니다

캠프 출발 하기 전 한 친구가 저를 살짝 부르더니 쑥스러워하며 뭔가를 내밀었습니다.
뭔가 했더니 샌드위치가 한 가득 들어있는 봉지였습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가 곁에 계시다가
"자랑이가 선생님께 꼭 드리고 싶다고 해서 싸왔어요, 아침 못드셨죠? 다른 선생님들이랑 같이 드시면서 가세요."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 정말 맛있더라, 수녀님이랑 선생님들, 학사님이랑 나누어 먹었어. 고맙다" 했더니
"사실은 오사쯔(아세요?고구마과자같은 스넥..인데, 제가 좋아하는 과자거든요..)2,000원짜리 큰 것도 까르푸갔다가 샀었는데, 아침에 챙겨온다는 걸 깜빡했어요. 제가 주일에 가져갈께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제가 교사를 시작하면서 처음 맡게된 학년 학생이었고, 4년 내내 성가대를 열심히 하던 친구였는데.. 이렇게 생각해주고 표현할 줄 알게 되었구나..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그리고 그 마음이 참 고맙고 예뻤습니다.
이렇게 좋은 아이를 나와 가까이 할수 있게 해주셨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2박3일동안내내 5시간도 못자서 피로해진 몸의 무게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한 느낌....
청소년들에게 받는 감동, 그리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이 이런 것이구나..
이런 느낌이구나....

또...
어느 캠프에서나 어느 본당에서나 이런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밤새고 싶어하는 아이들....

저희는 이번에 온수성당으로 갔었습니다. 그 곳은 숙소 앞이 자갈밭처럼 되어있는데 첫 날 밤에 아이들이 그 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별을 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들이랑 밤이면 여름이어도 춥고..또 여자아이들이 찬데 오래 누워있고 그런거 안좋다고 들여보내려고 했지만 말을 잘 안듣더라고요. 그래서 내일은 늦게까지 놀아도 좋으니 오늘은 들어가자. 내일은 너희들끼리 여행해야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힘들다. 그러니 들어가서 자자.. 달래서 들여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또 나와서 누워있는 아이들..
별을 보며 속닥거리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떠들지 말자고, 그리고 성가대 아이들은 좀 일찍 자두라고.. (집에 도착하는 다음날이 성모승천대축일이라 특송이 있어서 너무 무리해서 목을 쓰지 말자고..)그리고 자는 아이들을 보러 들어갔는데, 수녀님이랑 다른 선생님들이 오셔서 아이들에게 들어가서 자라고하고 계셨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누워서 이불덮고 서 계신 수녀님과 선생님에게 어제 약속하지 않았느냐, (주로 고2아이들이었는데..) CYA담당 선생님이 밤새도 된다고 했다..며 항의를 했습니다. 결국 수녀님과 새벽3시까지 노는 것으로 허락을 받고 선생님들이 돌아가려는 순간, 한 아이가 말했습니. "00야, 과자 가져와" 그래서 어떤 아이가 막 일어나더니 과자를 가져왔는데, 프로그램 중에 나가서 사온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것이 화근이 되어 수녀님께 혼나고, 캠프장선생님에게 혼나고... 아이들은 화가 나서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캠프오기 전에 미리 사온 거라면 그래도 괜찮지만 캠프 중에 나가서 그것도 모범을 보여야할 고등부2학년 학생들이 각 조에서 선생님들 몰래 연락해서 사왔다는 것에 기가 막힌 선생님들은 회의를 하고, 수녀님이 한참동안을 들어가셔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수녀님이 나오셔서 아이들에게 너희가 뭘 잘못한 것이다 라고 말하니,아이들은 그래도 선생님들이 자기들을 아끼고 예뻐하는 걸 알기에 믿고 받아줄 줄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이 그렇게 생각해주고 걱정하기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울고...그랬다면서 아이들이 선생님들을 참 좋아하고, 선생님들이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수녀님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시고.. 학사님들어가셔서 달래고.. 교감이 들어가서 아이들 이야기듣고.. CYA담당교사가 들어가서 아이들이랑 이야기하다 서로 울고 나오고..
남은 선생님들은 '왜 과자는 사왔다고해서 혼나냐..집에서 가져왔다고하지..죄다 과자밖에 없고 음료수도 없네..술마시는 것도 아니고...조용히 놀지.. 왜 딱 걸릴만한 곳에서 그러고 있었을까..너무 애기같아서그렇다..에효..등등' 아이들 걱정, 또 어떻게 해주지 못해 어쩔줄 몰라하고 수녀님께 혼나고 상처받았을까봐.. 달래주고 싶은 마음..그런 모습
그리고 마지막날 롤링페이퍼 시간, 선생님들의 롤링페이퍼에는 그 친구들이 선생님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보면서 우리들이 하는 작은 행동 한 마디, 한 마디그냥 스치듯 하는 말들에도 묻어나는 그 마음을 아이들은 받아먹는구나..느끼고 있구나..
그리고 가슴에 담아두고 곱씹어 가는구나..
내가 전하는 말들이, 마음들이 헛된 것이 아니구나.. 이만큼의 신뢰를, 그리고 사랑을 쌓고 얻어가는구나..
캠프를 준비하면서, 캠프를 다녀와서..

늘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다시 한 번 마음에 큰 파동으로 울립니다

내가 얻어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구나..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아가는 그들의 마음이구나.. 더욱더 많이 그리고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 말해주고.. 사랑의 표현들을 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게 이 아이들, 그리고 사랑이 많은 이 교사들을 주심에 그리고 그들을
사랑할수 있는 마음,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는 입술, 그리고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가슴을 주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