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여행캠프 때였을거에요.

그때 교사를 했었던 선생님들끼리는 아직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는

정말 기적 같았던 캠프 준비기간이 있었거든요..

저는 신입교사였고, 본당은 작은 공동체로 바뀐지 1년 정도 되어서

으뜸이와 학생들 활성화에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전까지는 학생들과 함께 준비하는 캠프를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떤 식으로

함께 해야 하는건지, 어떤 준비기간엔 어떤 역할을 줘야 하는건지 잘 모르는 채로

일단 준비를 시작했죠. 사실 준비도 좀 늦게 시작했어요-.-;;ㅋㅋ


여행캠프의 성격상 캠프 전에 학생들이며 교사들이 이것저것 조사하고

준비해야 할게 많긴 했지만...구체적으로 함께하는 방법은 모르고 마냥 준비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언젠가부터 캠프 회합하는 시간에 학생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어요.

옆 회합실에서 레크댄스를 가르쳐 달라고, 액션송을 배우겠다고 모이던 아이들이

2명이 되고 3명이 되고...

9일기도를 시작하는 날에 처음으로 학생들과 함께하는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다같이 하는 떼제기도와...교사들, 학생들의 나눔...

캠프에 대한 기대와, 아픔들.. 학생들이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고민들.

모든 것들이 9일 기도 안에서 주님께 봉헌되고 아름답게 간직되었어요.

둘째날, 셋째날이 지나고 9일기도 마지막 즈음에는 우리가 기도하던 회합실이 꽉차서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모였어요.

선생님들이 그렇게 힘들게 준비하시는줄 몰랐다는 아이들.

꼭 가서 즐겁게 놀고 오자는 그 이야기들이-

캠프 준비의 부족함을 다 메꿔주고도 남았었지요.


우리 본당은 캠프 9일기도 마지막날 꼭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끝낸거고- 부족한 부분은 주님께서 채워주시리라

믿자는 이야기..

그 해 우리 캠프는 온 마음으로 참여해주는 학생들-

9일 기도의 power로 열정 가득찬 그들의 모습으로 정말 빛날 수 있었답니다.


으아...지금 이거 쓰면서도 그때 생각에 감동이 밀려와~~요. 쥬륵쥬륵.ㅋ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캠프 기간 내내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지만-

정말 어떤 캠프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얻었던 캠프였던거 같아요.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4년 8월 27일 허미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