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막 10대 티를 벗고
본당의 '교사회합실'문을 두드렸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20대 중반을 넘어서 버렸습니다.
그간 많은 사건을 경험 했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나중에 소소히 풀어 나가기로 하고.. 이번에는
제가 교사를 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저를 뒤흔들었던 두가지 경험중 한가지를 나누어 볼까합니다.ㅋ
저는 유아세례를 받고난 후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녔습니다.
그래서 주일이면 당연히 성당에 가야 하는 줄 알았었습니다. 저의 내성적인
성격 탓이었는지 당시에는 변변한 주일학교 친구도 없이 교리 실에서도 늘 구석에서
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앉아 있던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머리가 점점 커지고 솜털이 굵어지면서 그런 주일학교에 흥미를 잃었고 저는 자연
스럽게 냉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무렵 저도 모르
는 사이에 학생회 활동을 하게 되었죠.
정말 갑작스레 받은 또래친구들의 초대와 제안에 당시에 어떻게 그렇게 선뜻 응할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때의 선택은 그 이후에 저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일상의 가장 긴 시간을 성당에서 보내게 되었고 또래 친구들에게 받은 지지와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 라는 의미는 사춘기의 불안하기만한 내일을 기대와 희망으로
두근거리며 기다릴 수 있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학생회 활동을 마치고
주일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그때 맺은 또래 친구들과의 우정이 저를 꾸준히 교회로
이끌었던것 같습니다.
정서적으로 흔들리고 불안한 고3 시절 성당 안에, 붉게 켜진 감실등과 친구들은
제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었습니다. 그렇게 한학기가 다 지나가고 있을 무렵 늘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 중 실업계를 다니던 친구가 수능을 포기하고 취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본당 안에 늘 뭉쳐서 앉았던 그 자리에 그 친구가 함께 앉아 있지 못하게 된데 서로
무척 아쉬워하다가 그 친구가 지금은 잠시 떨어져 있게 되었지만 수능이 끝나고 나면
모두 함께 교사회에 들어가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희는 교회 안에서 여태까지 함께 해왔던 시간들을 앞으로도 연장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굳게 약속을 하였죠..
그 약속을 함께 한지 채 몇 일 지나지 않아 그 친구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그 친구가 떠나게 됨을 아쉬워한 후배들과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만 것입니다. 유난히 청소년미사를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던
그 친구는 결국 그렇게 영영 우리 곁을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로 정말 일주일이 1년 같은 깜깜한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했던 교회 안에서의 추억은 성당에 나갈 때마다 송곳이 되어 저희의
가슴을 후벼 팠고. 하느님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던 중 저희는 그 친구와 했던 약속을 기억해 내었습니다.
..
..
‘우리 수능이 끝나면 다 함께 교사하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친구에게 부끄러운 친구가 되지 않기 위해 저희는 다시
맘을 고쳐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느님께서 저를 교회로 초대하고 또 성장
하며 이 자리로 부르시기 위해 그 친구를 데려가신 듯합니다. 그 친구와의 약속은 마치
그분과의 약속처럼 느껴졌고..
그 약속을 어기면 안 될 것 같은 불가항력을 느꼈었으니까요..
수능이 끝나고 결과도 모르는 상황에 저희는 무턱대고 교사회합실 문을 두들겼고 그
때부터 저의 교사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
주님께서는 환난에 빠진 우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갚아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와의 '약속'이 처음에는 저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 약속이 작은 씨앗이
되어 더 큰 열매들을 꿈꿀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ㅡ^*
마지막으로 그 당시 힘겨운 어둠의 시기를 함께 건너뛴 소중한 친구들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뿔테 안경잡이가 바로 9년 전 저랍니다..-_ㅡa..ㅋㅋㅋ)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4년 10월 23일 백종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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