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의 고운 자태
- 제목의 이유는 글의 중간쯤에 있습니다 ^^

신앙고백, 혹은 사명.. 사명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제가 쓴 글도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변한것 같더군요. 그리고 신앙고백이라.. ㅎㅎ 조금은 더 세월을 느껴봐야 부끄럼없이 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을 수 있을듯합니다. 아직은 저도, 그리고 저를 알고 있는 다른분들도 부담스러울듯 하네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왜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고, 주님의 일꾼으로써 일했었는지에 대해서 말해보려 합니다.

처음 성당에 발을 들여 논 것, 그것은 정말로 우연 이였습니다. 그전에는 절(여름불교학교도 있답니다)도 다녔었고, 식구들이 개신교로 개종을 하면서 개신교 교회도 다녔습니다. 물론 그곳의 여름성경학교도 다녔었죠.
그러다가 혜화동에 있는 동성고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어머니께서 개신교가 잘 안 맞으신다고 성당에 잠시 나가신 적도 있곤 해서 성당에도 몇 번 갔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구경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성을 다니면서 종교시간도 있고, 그 시간을 수녀님께서 해주셨는데, 그분의 모습을 보고서는 세례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집에서 개신교회를 계속 나오던지 어떤 종교든지 가지라는 압력도 있었지만, 그 수녀님의 자태는 정말로 눈부실 정도로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물론 미적인 아름다움은 아니었지만, 제게는 그 어떤 연예인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어쩌면 동성에 여선생님이 없어서 처음부터 더 관심을 가졌던 것 일수도 있겠죠. ^^ 동성고등학교는 중학교와는 달리 여선생님이 한분도 안계시답니다. 이성을 볼 수 있는 곳은, 서무실의 누나들, 매점의 아주머니, 양호실의 수녀님, 종교실의 수녀님 이렇게 밖에 없었죠. 들리는 소문에 지금은 한두 분 정도 여선생님이 계시다고는 하더군요. ^^;) 암튼 너무나도 자애로우신 그분을 보면서 세례를 받았고, 그 다음해에 견진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주일학교를 다닌다거나 하는 활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집에서 가라고 부추기는 사람도 없었고, 성당에도 주로 교중미사때만 나가서 미사만 드리고는 집으로 오곤 했으니까요.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대학교를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동아리를 들어야 한다는 말에 덜컥 천주교 동아리를 들게 되었죠. 전 모두가 무조건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ㅜ.ㅜ 우여곡절 끝에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는데, 우연찮게 그곳에서 동아리 회장까지 하게 되면서 완전하게 천주교로 발을 들이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동안은 반쯤 걸쳐있었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
처음 동아리 활동의 1년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다음해 1년은 제 마음에 주님을 모실 준비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하게 된 초등부 교사생활은 사람들이 어째서 주님께 봉사를 하면서 사는지를 알아가는 시기였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죠. 어쨌든 그렇게 교사생활이 시작되었고, 이때부터 끊기 힘든 교사, 혹은 봉사라는 것에 서서히 물들어가기 시작한 순간이었죠. ㅎㅎ
초등부를 1년하고, 도망치듯 중고등부로 왔습니다. 이유는 단지 소창(율동)이 싫어서였죠. 근데 중고등부에는 캠프댄스, 액션송 등이 있더군요.. oTL 고등학생때 주일학교 활동만 했어도 알았을 사실을.. 암튼 그렇게 소창보다 격한 레크들을 배우면서 교사생활을 시작했고, 신입교사연수, 월례교육, 레크연수, 초급교사학교, 청사기, 중급교사학교 등 수많은 연수를 듣고, 또 봉사자로서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변해가는 제 모습이 어색하고, 집에서도 놀라워했지만, 차츰차츰 좋은 쪽으로 개과천선(?)하는 저의 모습을 보며 집에서의 후원도 받게 되었습니다. 후원은 저의 종교에 대한 자유입니다. 지금도 저희 집은 전부가 개신교 집안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장로, 할머니께서 권사, 어머니는 집사, 작은아버지가 목사, 친척 중에 목사님, 개신교 신학교 교수님도 계시고.. 암튼 집 전체가 개신교를 믿는데, 저만 천주교입니다. 그렇기에 늘 개종의 압력을 알게 모르게 받아왔었죠. ^^;
이렇게 지금까지 한발한발 나아가 왔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힘들고 어려워서 그만두고 싶어할 때도 있었고, 실제로 그만두기도 했었지만, 그때마다 주위사람들이 붙잡아줘서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고 머물게 해주었고, 제가 주님과 멀어지려 할 때마다 다시 붙잡아 주기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이렇게 붙잡아 준 여러 사람들의 사랑과, 그런 사람들을 제 곁에 있게 해준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제가 받은 너무나도 많은 은총들을 주님께 돌려드리려 합니다. 특히 제가 받지 못했던 청소년시절의 주님의 따스한 손길을 청소년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7년 12월 22일 이종성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