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중1이 된 A양.
한 해의 다짐을 시작하면서,
중고등부 전례부에 들어가기로 했답니다.

전례부나 성가대나, 뭐 그런 활동들을 하면
성당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신부님이랑 선생님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성당에서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중간중간 속상한 일들이 일어났어요.
분명 친구들과, 선배들과 많이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보면 친구들은 A양이 미처 모르는 새
자기들끼리 노래방도 갔다오고, 콘서트도 갔다오고...

속상한 A양. 왜 부르지 않았느냐고 슬쩍 건네었더니,
'야 너도 그런데 갈 줄 알아?
너 그런데 다니면서 잘 노는애 아니잖아'

잘 놀지 못하는 게 참 속상했던 A양은
고등학생이 되는 기회를 노리자고 생각했어요.
중3 말에 뽑는 미사해설자 시험때 꼭 해설자가 되어서
친구들이 날 빼놓지 못하게 해야지, 하고 다짐했답니다.
주목받는 사람이 되면, 그 무리에 낄 수 있을테니까요.

두근두근한 미사해설자 시험날,
고등학생이 되는 동기들은 5~6명 있었지만
그 날 시험을 보러 온 친구는 A양을 포함해 세 명.

너무 떨어서였을까요?
말씀봉독은 늘 자신있었던 A양이었는데,
혼자서만 똑 탈락해버렸답니다.

후배들한테도 부끄러웠고.
이제 정말 제대로 소외될 것만 같았어요.
주목받는 성격도 아니고, 잘 놀 줄도 모르는데...
잘 나가는 해설자 2명 친구들에 비해
A양은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져버렸죠.

속상함에 몇 번 미사를 나가지 못했어요.
그 몇 주 사이 전해온 이야기 중에는..
시험날 오지 않았던,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선 꽤나 인기있었던
친구 한 명이 더 해설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죠.

'아. 기본적으로 예쁘고 잘 놀고 인기가 있어야 되는구나.
나같은 건 안되는구나..'
A양은 이제 성당에 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이상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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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 전에 이사를 했어요.
이것저것 짐을 정리하다 보니,
오래전 일기장이 책장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더군요.
내 청소년 시절의 소중한 기록들..
그 안의 이야기에 푹 파묻혀서
어느덧 짐정리는 살짝 뒷전ㅎㅎ

A양의 스토리는..
부끄러웠던 저의 어린 시절
작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대학생이 된 A양은 '주목받고 싶은 욕심'에 다시 성당으로 돌아가
주일학교 교사가 되었고,
그렇게 청소년 사목으로 부르심을 받은지
5년여가 지난 후에야 조금씩 조금씩 깨닫고 있답니다.
조금은 이기적인 이유로 시작했지만..
그것은 결국 주님의 큰 사랑에 맞닿아 있다는 것을.

사랑받는 사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는지 몰라
어느새 소외되어버리는 청소년들.
그 상처 때문에 스스로의 마음에 벽을 높이 올리고
컴컴한 어둠 속으로 파고들어
결국 소외의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들어버리고 마는..


교사가 되어서도 그런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손내밀지 못했던
제 자신을 다시금 속죄하면서.
계속해서 걸어가는 이 청소년 사목의 길 안에서
그들을 다시 찾아 보듬고 싶습니다.
그런 청소년들의 어둠에 빛을 주고 싶습니다.

그들이 진정한 주님 사랑을 깨달아
근원적인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오늘도 작은 등불이 되는 꿈을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