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고등부시절 성당에 참 열심히 다니는 학생이였습니다.
신앙심이 깊어서가 아니라 성당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대학합격발표가 나고, 성당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언니를 만나러 간다며(친구 언니가 교사였거든요^^)
저를 교사실로 데려갔습니다.
잠깐 들어오라는 말에 친구랑 교사실에 들어갔죠.
그리고는 선배교사들의 정신없는 환대에 넋이 빠져버렸습니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그들에게서 따뜻함과 관심, 사랑을 느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신입교사 조혜진 보나입니다”라며 제 소개를 하고는
회합을 함께 했던 기억이 납니다.

본당교사 3년차 때. 본당에서 캠프장을 맡았고
캠프준비를 하면서 제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기도하고,
사람들과의 갈등에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저의 발걸음을 성체조배실로 향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의식하지 못한 채 성당에 가면 성체조배실부터 들려
주님께 기도하며 반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 마음의 어둠, 상처, 아픔들이
희미해지고,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계심을 느꼈습니다.
내가 그토록 말로만 찾았던 주님의 따뜻한 사랑을
그때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하나둘씩 찾아오는 개인적인 일들에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본당 선배교사가 3년동안 학생들에게서 받은
기쁨, 은총을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생각해보니 3년이란 교사생활동안 저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그들을 통해 행복했고, 기뻤고, 감동받고,
하지만 저는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단지, 교사공동체가 좋고, 학생들이 내게 보이는 관심이 좋았을뿐,
학생들의 아픔, 고민, 상처는 무관심했던 교사라는 것을...
내가 만났던 주님의 따뜻한 사랑을
청소년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상처받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예수그리스도와 우정을 맺을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청소년 사목으로 새롭게 초대받았습니다.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6년 4월 7일 조혜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