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시절, 참 열심히 활동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평생 함께 할 것만 같은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듯 몰려다니며 꿈을 나누던 그 시절... 참으로 아름다웠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청소년 시절에 특별히 예수님의 체험했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시간들이 후에 제 맘속에 예수님을 담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철없던 청소년 그러한 모습 안에서도 예수님은 제 맘속에 조용히 살아 계셨을 것이라 생각하구요.

그렇지만... 신앙보다는 친구들 중심으로의 활동은 고등학교 2학년 후 수험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냉담의 길로 저를 향하게 했습니다. 그 냉담은 그후 5년여동안 계속 이어졌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우연히 성당 근처에서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리 친분이 두텁지 않던 그 후배.. 그 후배가 저를 이끌었습니다.

“언니, 성가대 좀 맡아주실래요?”

성가대에 아는 것도 없으면서 무슨 생각이었는지, 잠시 고민하는 척 했지만 맘 속으로는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 그 아이들과 하느님 찬양하는 성가를 마음껏 부를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 하루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곧이어 저는 깊은 고민에 쌓였습니다.

성가대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주일학교 교사를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지요. 그냥 성가대만 하고 싶었을 뿐, 교사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기에 적지 않게 당황했고, 그 당황함은 그 후배에 대한 원망으로, 또 그 원망은 교사생활의 불성실로 이어졌습니다.
부끄럽지만 교사 1년차... 평일회합은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고, 주일 회합도 성가대 연습을 핑계로 슬그머니 도망가기 일수였습니다.
그 시절 제 나이가 24살... 저보다 나이 많은 교사가 없던 교사회였기에 제가 언니, 누나로서 모범이 되어야 했지만 원치 않았던 주일 학교 교사 생활은 저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자물쇠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어린 교사들은 ‘누나, 언니’ 해 가며 저를 설득했고, 그들의 성화에 못이겨 교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년차 되어서도 저는 별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냥 인간적인 미안함에, 교사라는 직분은 싫었지만 동료교사들에 대한 인간적인 정(情)을 외면하지 못해 2년차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년차... 어이없이 교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엉망으로 교사활동을 하는 제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누구보다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나에게 교감 제안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가슴깊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날 믿고, 인정해주는 이곳에 최선을 다해 투신하겠다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3년차가 1년차려니.. 하는 맘으로...
그 때부터 조금씩 소명이라는 것, 부르심이라는 것도 생각하면서, 나에게 맡겨진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교사로서의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2년 전 교사 9년차로 주일학교 교사 활동을 마치고, 이제는 청소년을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기 위한 새로운 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처음 냉담의 길을 걷던 부족한 저를 당신의 양들을 돌보라고 불러주신 그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하게 위해 3년여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그 부르심을 사명이란 이름으로 승화시키고, 그 사명을 통해 보다 많은 청소년들을 하느님께 모아드려야 합니다.

주님, 당신이 주신 선물... 올바로 깨닫고 당신께 몇 배로 부풀려 돌려드릴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