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하는 고3 아이들에게 말해주던 나의 이야기가 있다.

고 3.
나는 내 신앙의 절정기었다고 생각한다.

계속 미사 반주와 성가대를 해온 탓에, 그리고 고등학교 내내 성가 대장을 해왔던 탓에
한 번도 미사를 '온전한' 마음으로 드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고3때야 비로소 온전한 마음으로 미사의 은총을 느기며 미사를 드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주일 내내 '공부'에 시달리면서, 머리 속에는 온통 공부와 대학밖에 없었던 그 때.
일요일 미사 시간 1시간만은 모든 것을 잊고 주님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미사를 드리면서 나를 '정화'한다는 마음이 들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일요일 미사 때 받은 은총으로 한 주를 살고,
공부할 힘을 얻고, 기도할 힘을 얻었다.

고3때 했던 기도는 단 한가지였다.
'주님, 주님이 저를 만드셨으니 어떤 그릇으로 만들지도 주님이 결정해주십시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온 마음을 다해서 노력할 테니,
그릇의 크기와 모양은 주님이 정해주십시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주님께 맡기오니,주님 뜻대로하소서.'

그러면서 주님과 했던 또 한가지 약속은
'주님께서 저에게 힘을 주시어 제가 대학에 가게 된다면,
저도 저의 대학 생활 속에서 주님께 봉사하겠습니다.'
이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유치하고 이기적인 '계약'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진지했던 기도였고 바램이었다.

고3생활은 정말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다.
독서실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공부는 철저하게 '혼자'하는 일이기에....
그러나 그 때마다 나는 '항상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떠올렸다.
모두들 가고 나 혼자남은 독서실에서도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옆을 보면서..
'주님. 지금도 계시는 거죠?'
이렇게 혼자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힘이 나는 것이었다.

고3 시험을 앞두고는
여기 저기서 걸려오는 친척 어르신들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다.
'니가 첫째니까 잘 해야 된다'는 둥
부담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나 어머니로 부터
'윤정이를 위해 기도했습니다.'라는 주위 친척들이나 성당 어른들의 말을 전해들으면
정말 그렇게 고마울 수가 있을까.
우리 외할머니는 내가 고3인 일년 내내 아침 저녁으로 날 위해 묵주기도를 몇번이고 돌리셨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도,
'이건 내 힘으로 된 것이 아니다.
날 위해 기도해주는 여러 사람의 힘으로 된것 이고,
나를 쓰고자 하는 주님의 힘으로 된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교만해지지 않으려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다짐을 했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을 했고,
주님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던 중고등부 교사회 생활.
주님은 내가 봉사하겠다고 결정했던 못된 맘도 잊으셨는지
훨씬 더 많은 것을 내게 주셨다.

고3의 신앙 생활은 두고두고 나에게 힘이 되었다.
너무 너무 힘이 들 때,
'그래도 고3때보다 힘들까.' 하고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주님께 의지하는 법을 배웠다.
그분이 하신다면 못할 것이 무엇인가.

다시금 고3 때를 생각하며
내 신앙 생활을 되돌아보는 사순의 끝날을 보내고자 한다.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6년 4월 8일 김윤정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