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춘기 시절.. 중고등학교 때..
유난히도 사춘기의 어두움을 지독시리 앓았던 예민한 소녀였습니다.
세상 사는 것 자체가 고독했고, 외로웠으며..
왜 사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고독속에 씹고 씹고 씹었습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고, 그래서 항상 조용하고, 무뚝뚝하고,
주눅 들어 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저였지만 그래도 성당엔 끊임없이 열심히 다녔습니다.
주일미사, 청소년 미사를 당연히 가야하는 줄 알았고, 주일학교에도 열심했습니다.
너무 말이 없고, 조용히만 있던 아이라서
그렇게 열심히 주일학교를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그 때의 동기들, 선배들, 선생님들조차
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입니다.
어두움의 시기를 겪던.. 그야말로 책에 나오는 질풍노도의 시기 그 자체였던 저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교회에서 열심하고 싶고, 참여하고 싶은 큰 열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주눅 들어 있던 저는 가장 친한 단짝 친구에게도 그 내색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작은 용기와 힘을 준 것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저에게 편견없이 다가와 주었던 성당의 또래 선배들이었습니다.
덤덤하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저와 함게 이야기하는 것을 기뻐해주던 몇 언니들..
그런 선배들을 만나면서
저도 모르게 제 마음안에는 작은 열망이 크고 있었습니다.
아!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나처럼 어두움 속을 겪는 말 못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이렇게 분명하게 표현할 정도는 아니었고..
저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전 재수를 하고 저보다 일년 먼저 교사를 하고 있던 친구가
별 생각없이 같이 교사하자! 라고 던진 말에 마음이 크게 뛰어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본당 교사로 저를 투신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저의 청소년 사목자로써의 첫 출발이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그리고는 본당 활동, 사목부와의 만남.. 해서
어느덧 올해 첫 시작으로부터 10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저는 교사를 시작하면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사춘기 때의 어두움을 벗어나게 되었고, 자신감도 생겼고..
기도도 하게 되었고, 주님을 만나게 되었고,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도 그 때에야 비로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왜 나를.. 왜 하찮은 나를 주님께서 불러주셨을까.. 를 되물었을 때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고.. 주님의 섭리에 감탄하게만 됩니다.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잘난 사람이어서도 아니고,
제가 재주가 많아서도 아니고..
이지은이라는 사람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제게 헌신하는 걸 배우게 해주시기 위해서이고,
또, 그 헌신과 청소년사목으로 투신하는 삶을 통해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마련해주고 계셨기 때문임을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6년 4월 10일 이지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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