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 햇살을 만나게 되었나보다.
그때가 IMF 시기..
IMF 때 많은 가장들이 직장을 잃었고 남편도 그 시기를 힘들게 보냈다.
힘들어 하는 남편을 보며 내가 무엇을 도와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어느 토요일 그런 고민을 안고 성당에 가서 주보를 읽어 내려가다
햇살 학부모 전화상담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부분에서 내 시선이 멈추었다.
남편을 위해 무언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어떤 일보다도 이 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햇살과의 인연이..

햇살을 만난 후 내 삶엔 변화가 많았다.
햇살을 만나기 전까지 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했었고
아이들의 수준에 내가 맞추려하기 보다는 아이들을 내게 맞추려고 했었다.

아들이 시험을 잘 못 봤을 때 어떻게 이런 성적을 받을 수 있냐며
나라면 창피해서 집에도 못 들어오겠다며 아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는지도 모르고 상처 주는 말들을 하곤 했다.
햇살에서 상담전화를 받으며 나로 인해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헤아릴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담전화를 받거나 팀 모임을 통해 내가 잘못한 일들이 생각날 때마다
난 아이들에게 주저 없이 사과를 하곤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과의 관계에 믿음과 사랑이 쌓여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햇살을 통해 내가 조금씩 번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똑 같은 일상인데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라졌다.
다음날이 시험인데도 시험과 상관없이 잠을 자는 딸을 보면서도
저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감사하게 생각되어졌다.
그런 내 마음을 딸에게 솔직하게 표현했다.
"잘 자고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내가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배려해 줄수록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잔소리 하지 않아도 내가 바라는
길로 가 주곤 했다.
아이들이 잘 자라려면 잔소리보다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함을 깨달았다.
난 햇살을 통해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영양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햇살의 한 어머니와의 나눔을 통해 아이들의 실수에 대해
내가 그동안 너무 융통성이 없었고 너그럽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난 아이들이 음식을 먹다가 옷에 흘리거나 자기 물건을 잃어버리고 다닐 때
최대한 내 감정을 절제하며 하는 말이 "좀 조심하지"였다.
그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며 느낀 점을 아들에게 그대로 열어놓으며
그동안 아이들의 실수에 너그럽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얘기했다.
실수는 많이 하면서 살아도 괜찮은 거라고..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예수님은 이렇듯 내담자들과 햇살 어머니들을 통해 나를 변화시켜 가셨다.
햇살과의 만남 덕분에 난 아이들과 따뜻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햇살에서 얻은 많은 에너지를 이젠 이웃과 다른 청소년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에..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6년 7월 7일 진현숙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