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대한 많은 기대를 하고 2002년 7월 직접 제발로 사목부로 걸어왔습니다.
공부를 못해 지방대에 진학했던터라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고, 저는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과에서 1등을 했습니다. 제가 그런 성적을 받아오자 부모님께서는 아무말 없이 제가 교사를 하게끔 해주셨지요.
신부님은 저희 본당에 보좌 신부로 계셨기에 부모님들도 신부님을 다 알고 계셥고, 그 이후의 반대는 없었습니다.
제 4회 청소년 큰잔치도 끝나고, 2003년도 초급 교사 학교도 무사히 마치고, 한창 2년차 교사를 하고 있을 무렵, 4월에 저희 엄마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고, 정말 눈앞이 아득했습니다.
활동하는 편집부에서 원고를 맡았고,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했지만, 저희 엄마가 아픈 이후로 원고를 닥달하는 부장과 제 상황들이 절 교사라는 길과 멀어지게 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원고 닥달하는 전화들과 회합에 불참한다는 그런 연락들이 정말 싫었습니다. 아니 그런 것 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요.
엄마 병원비 때문에 여름방학 때는 어쩔수 없이 힘든일을 찾아서 했고, 제 마음과 몸은 지쳐만 갔습니다.
하지만 미사는 한주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이런 힘든 시련을 극복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기쁘고 행복했던 것은 내가 원고를 올리지도 않고, 회합도 나가지도 않는데 매주, 일주일에 한 번 주보를 보면 자그마한 글씨고 항상 제 이름이 써져있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하게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고맙고, 내가 있어야할 자리가 아직도 마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작은 내 이름이 별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 자리,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기에 나를 필요로 하는 본당이 있었습니다. 마침 그 때가 제가 일하는 곳의 휴가였고, 여름 캠프에 기꺼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피정도 도와줬던터라 어색함 없이 그 본당 교사들과 함께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본당 교사를 경험해 보지 못해 몇 명 돼지 않는 본당 교사들과의 끈끈한 것들이 제게는 부족했던 것일수도 있겠지요. 캠프 안에서 그 사람들은 저를 도와주기 위해 함께한 사목부 교사가 아닌, 똑같은 본당 교사로서 저를 인정하고, 똑같이 대해주고 있었습니다.
캠프가 끝나고 제가 필요하지 않아도 행사가 있을 때, 항상 함께하자고 저를 불렀고, 회식이나 MT를 갈때도 항상 빼놓지 않고 저와 함께하고자 했습니다. 그 안에서 본당 아이들도 만나게 되었고, 그 경험들이 제가 다시금 힘을 얻게하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차차 엄마 병세도 나아지시고, 집도 안정이 되고 모든 것들이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저는 다시 그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역시나 제가 있고자 하는 자리는 아직도 남아있었습니다.
저를 믿어준 편집부서원들과 그리고 나에게 힘을 줬던 모든 사람들...결정적으로 그 분이 다시 이 곳으로 인도하시지 않았으면, 저는 다시는 당신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은 은총들과 행복했던 기억들...당신이 이끌어 주시지 못했다면 절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은총을 청소년 사목이라는 것으로 내어놓으려고 합니다.
이것이 제가 교사를 하는 이유이고, 교사 사명입니다.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4년 9월 17일 이범석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