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신입교사 연수를 동반할 때 썼던 저의 신앙고백문이자..
청소년 사목의 길에 머무르고픈 로사리아의 사명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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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리아 선생님, 아란샘... 언제부터 이 말이 이렇게 익숙해진걸까요.
5년 전 아무것도 모른 채 주일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면담했던 그 때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것만 같은걸 보니,
일 년이 하루처럼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 버렸나 봅니다.
언제 흘러갔나 싶게 가버린 시간들인데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기억들이 교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저의 사명을 다시금 소중히 되새기게 해 줍니다.

.. 저는 어렸을 때부터 참 최고가 되고 싶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이기고, 그 사이에서 뛰어나게 주목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마음깊이 행복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내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인정받을 때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며
거만하게 굴었기에 주변엔 진정 내 속마음을 나눌만한 친구가 없었고.. 외로웠습니다.
또 어떤 상황에서나 남과 나를 비교하는 잣대를 들이대곤 했기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으면 '내가 이거밖에 안되나'하는 자괴감에 시달렸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으면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는 욕망이 속을 갉아들었지요.
그런 불안감들이 가득한 학교생활이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성당에서는 안 그러고 싶었지만, 성당을 주름잡는 친구들은 저를 받아들이기를 꺼려했고..
그 소외감이 너무 싫었던 저는 고등학생이 되자 학업을 핑계대고 주일학교를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합격한 뒤, 주일학교 활동을 열심히 하던 동생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교사를 선택해 버렸습니다.
그 이면에는 아마도..
성당의 주요 멤버로서 소외되지 않는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던 욕심과,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시던 멋진 보좌신부님과 친해짐으로써
남들보다 주목받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본당 사정이 좋지 않았던지라 사목부 교육은 하나도 받지 못한 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시작할 때의 그런 욕심만으로 신입의 1년을 보냈습니다.
교사회는 그냥 일주일에 한 번 오는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2년차가 되고, 선배들이 다 그만두는 바람에 얼떨결에 교감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좀 부담도 됐지만 어쨌든 권력의 핵심이고
주목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교감이라는 자리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행사를 진두지휘하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도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돌봐야 하는 자리였고
그를 통해 우정과 신앙으로 다져진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내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저는 최대한의 능력을 다해서 하고 있는데,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신입교사들의 마음은 다 제각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본당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사목부 교육을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면서,
비오 신부님을 처음으로 뵙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제가 해야 할 몫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힘든 것을 생각하지 말라, 주님께서 다 갚아주실 것이다. 공동체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열린 마음으로 살피고 기도하라... 라는 말씀들이 가슴을 휘저었습니다.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하며 보낸 한 학기가 지나고,
여름 캠프 답사 엠티에서 서로 손을 잡고 마침기도로 교사의 기도를 부를 때...
평소 회합 때는 낙서를 끄적대며 흥미 없다는 표정을 짓곤 하던 교사 한 명이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그렇게 교사회 모두는 울면서 서로 간에 남아 있던 벽을 지우고
정말 가족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모이면 그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순간에 예수님께서 곁에 함께 계셨다는 것을, 아마 우리 중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교사회 사람들에게 주일에 함께 할 수 있는 날들이 기쁨으로 바뀌어가면서,
30명 정도이던 본당 청소년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 70명이 되어갔고,
교사회 들어오고 싶어서 손 놨던 진학 공부 하겠다는 친구도 나타났고,
일년 후 새로 들어온 신입교사들은 양성받고 싶다며 자기 사비를 보태가며
신입교사연수를 받았고... 작은 기적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회합을 하고 행사를 하면서 서로 부딪힌 적도 있고,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이 있기도 했지만,
제게 교사회는..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믿지 않는대도 나를 지지해 줄 그런,
주님의 이름으로 우정을 맺은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차, 때를 같이하여 사목부 연수의 동반을 시작하게 된 저는,
동반자 그룹에서 본당에서 느꼈던 느낌들을 더 크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본당에서 활동하지도 않는데도, 같은 시선 같은 믿음으로
하루건 2박 3일이건 함께 하고나면 마치 가족처럼 되어버리고 마는...
4년차 때 동반했던 교구 CYA 친구들과도 그렇게 우정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서울부터 경기도까지 곳곳에 흩어져 살고, 또 나이차이도 나름대로 났지만,
주님을 이야기하고 고민하다보면 어느새 가족처럼 서로가 소중해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고 웃고 울고 힘들어하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예전의 나와 다르게 왜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가..
그건 내가 최고가 아니어도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나와 남을 비교해가며 우쭐해하거나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판단의 잣대를 치우고 열린 눈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바라볼 때,
그 안에 예수님이 계셨고.. 그 분의 눈빛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안에도 똑같은 예수님이 살아계시다고... 나를 사랑하신다고.
우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신다고.
그렇게 나는 충분히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렇듯 내 주변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나를 인정해주고 있었는데,
나는 어리석게도 그게 최고가 되어야만, 남을 짓눌러야만 가능한 줄 알았던 것입니다.

어느 것도 쉽게, 한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많이 힘들기도 했고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그렇게 조금씩 소중하게 배워나가는 공동체의 우정이 저를 따뜻하게 해주었고.
그 우정을 통해서 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저는 이제껏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능력에 넘치는 '최고'를 욕심내던 그 때 얻을 수 없었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들도 지금은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참 많이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바로 그 행복을 청소년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하여
청소년 사목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나가고 싶습니다.
이 시대의 가난한 청소년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어갈 수 있게..
이미 행복하다면 더 큰 사랑과 행복을,
아직 모른다면 그만큼 더 크게 주실 행복을 놓치지 않게.
비록 그 행복감을 소중하게 느끼기까지 때로는 힘들겠지만,
그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도 분명 주님께서는 허락하심을 믿습니다.

청소년들을 세상의 어떤 잣대로 비교하거나 평가하지 않고ㅡ
다만 따스히 손을 맞잡고 주님께로 함께 가는 길 위에 서서,
서로의 눈빛 안에 살아계실 예수님의 웃음을 느끼며..
자신의 삶 안에 살아 있는 수많은 기적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저는 오늘도 그 꿈을 꿉니다.
행복한 청소년들로 가득찬 하느님의 나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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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
-1데살 5:16~18-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4년 10월 11일 허아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