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기간이 되어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다가 문득 청소년 사목과 관련된 저의 모습을 묵상해 봅니다.

저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성당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첫 영성체를 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복사를 하게되었습니다. 그 이후 중학교 1학년때까지 저는 거의 성당에서 살다시피한 것 같습니다. 이런 성당을 떠나게 된 것은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였지요.

새로 교적을 옮긴 성당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도 없는 성당에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때 어쩔수 없이 성당에 가게 되었고 여름캠프도 갔었습니다. 하지만 중3때부터는 어머니도 바쁘셨고 저도 흥미가 없었기에 성당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고2때 성당에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다시 가게 되었는지는 솔직히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렇게 중고등부미사에 나간 저는 성당 뒤편에서 앉아서 미사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누군가 다가와서 학생이니까 앞에 나가서 앉자고 하였습니다. 주일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부드럽게 다가오셨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나서는 다음 주부터 교리에도 나오라고 하셨습니다. 그 분은 고2를 담당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마지 못해 대답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고 잘 어울려 다녔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생각하는 것은 ‘이 선생님께서 안계셨으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되어있을까?’라는 것입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집에 있는데 교사를 하라는 본당보좌신부님의 전화에 별 고민 없이 ‘네’라고 응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앞에서 말씀드린 선생님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큰 고민 없이 응답한 교사생활이 저에겐 여태까지의 삶에 있어 큰 재산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20대 초반에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고 20대 중반부터는 하느님께 대한 강한 갈망을 불러 일으켜 주었습니다. 20대 후반에 이르러서 저는 지금 하느님의 도구로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저도 저를 이끌어주신 선생님처럼 청소년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작은 도구가 되고 싶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