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출 청소년 10만 명…왜?


<앵커 멘트>

집에서 뛰쳐나와 거리를 전전하는 가출 청소년이 우리나라에 연간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현재도 현재지만 미래가 더욱 걱정인데요,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너무나 부족합니다

얼마 전 가출청소년 과 함께 먹고 자며 하루동안 노숙생활을 함께 하는 행사 가 열렸는데요,
저희가 동행 취재 했습니다.

보시면 느끼는 게 많을 거예요~ 정지주 기자~참 드문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리포트>

네. 일반인이 가출청소년 한명과 짝을 이뤄서 하루 동안 그들의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었는데,
취재진도 체험자로 참가를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가출청소년들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할 수는 없고, 그냥 그들을 따라가는 것만 허락됐는데요,
하룻밤의 경험으로도 이들이 집을 나와 먹고 자는 것부터 얼마나 곤란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함께 보시죠.

가출청소년처럼 하루를 살기 위해, 참가자들은 먼저 가지고 있던 소지품 모두를 맡겼는데요,
주어진 유일한 돈은 천 4백 원짜리 지하철 표 뿐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한 달 전 집을 나왔다는 열 여섯 살 박 모군과 동행을 했는데요,

<인터뷰>박 모군 (가출 청소년): “이 표 환불해주세요.”

그런데 박 군은 하루를 지내야 할 지하철 표를 바로 환불해 그 돈으로 담배부터 사서 입에 물었습니다.

<인터뷰>박모군 (가출 청소년): “일단 담배 살 돈이 있으면 그 걸로 담배를 사죠.
밥은 어떻게든 때우면 되니까. 담배 없인 못 살아요. 꽁초라도 주워서 펴요.
유일한 낙. 쉼터에서도 꽁초 주워서 피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박군은 한낮에는 한강 둔치에서 시간을 때운다고 합니다.
왜 집을 나왔냐는 질문에, 잠시 말이 없던 박 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집이 견디기 힘들었다는데요.

<인터뷰>박모군 (가출 청소년): “아빠랑 저랑 싸우면 유리 하나씩 깨지고 집 난리 나고 그래요.
그래서 저랑 아빠랑 싸우면 경찰이 와요 한번씩. 무조건 와요.
주민신고 들어와요. 주민신고만 일주일에 서너 번 들어와요.”

배가 고파지자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갔는데요.

<인터뷰> 박모군 (가출 청소년): “ 물 좀 마셔도 될까요?”

이렇게 얻어 마시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습니다. 배가 고플 때, 할인점 시식코너를 만나면 다행이고,
그것도 없으면, 문 밖에 놓여있는 배달음식을 먹거나, 심지어 훔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박모군 (가출 청소년): “배 고프면요? 나갔을 때 배고프면 시식코너 돌거나 뭐 훔치고 그러죠.
자장면 시킨 거 먹다 남은 거. 그거 빌라 같은 데서 먹죠.”
(더럽다는 생각 안 들어요?) “살기 위해서... 내가 살기 위해서... 누가 말리겠어요?”

한번 두 번 그러다보니, 남의 물건에 손대는 것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돈을 뜯는 일까지 하게 됐다는데요.

<인터뷰>박모군 (가출 청소년): “돈 없으면 사람들이 이상해져요..
그래서 범죄를 저질러요. 소매치기, 돈 뜯기, 차털기 같은 거 다 해요.
저희가 그때 차털기 50회, 돈 뜯기 20번, 오토바이 2대... 또 뭐 했더라?”

하루종일 돌아다니던 박군, 오늘은 근처 병원에 잘만한 의자가 있다며 들어갔습니다.

눈만 붙일 수 있다면 거기가 바로 집이라며 드러눕더니 이내 편안한 모습으로 단잠에 빠졌는데요,

하지만, 결국 새벽에는 쫓겨나 공원에서 졸린 눈을 비벼야 했습니다.

<인터뷰>박모군 (가출 청소년): “자는 데요? 빌라 옥상, 사우나, 폐차 안에서도 자고. 거의 다 잤어요.
힘든 거요? 힘든 거는 2가지가 제일 힘들어요. 다른 거는 다 걱정이 안 되는데 밥 먹는 거랑 자는 거.”

가출 생활도 벌써 5년째가 된다는 18살 김 모군.
김군은 8살 때 부모에게 버림받고 친척집과 보육시설을 전전하다 거리의 아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집을 나와 갈 곳이 없던 그에게, 이 건물 비상구는 유일한 보금자리였다는데요

<인터뷰> 김모군 (가출 청소년): “그냥 자면 더러우니까 걸레로 닦아주고...
(춥거나 하지 않아요?)따뜻해요. 지금도 후끈후끈한데요.
(겨울에는?)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고...”

오늘밤은 피씨방에서 자야겠다며 김 군은 갑자기 사람들에게 다가가 손을 벌리기 시작했는데요, 앵벌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끄러운 것도 잠시, 집 나와 돈 떨어지자 제일 먼저 배운 게 바로 구걸이었다는데요

<인터뷰>김모군 (가출 청소년): “처음에는 차비 얘기도 하다가 좀 안 된다 싶으면 지금 솔직히 집 나와 있는데
진짜 당장 오늘밤 견디기도 하고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조금만 도와주면 안 되냐고...
부동산이나 가게 같은 데 가서 할 때는 1, 2시간 해서 만원, 이만원 (벌어요).”

이렇게 손에 쥔 천원짜리 몇 장으로 PC방을 찾은 김 군. 이런 날은 그래도 호강이라고 합니다.
중학생 때부터 이렇게 살아왔다는 김군은 자신도 나름대로 힘들게 살고 있다며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아달라고 했는데요.

<인터뷰> 김모군 (가출 청소년): “솔직히 가출한 애들이 사고 많이 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해서 전체를 그런 식으로 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90퍼센트가 나쁜 짓 한다 그러더라도 나머지는 살려고 하는 거잖아요.”

하룻밤의 짧은 노숙을 경험한 체험자들도 거리의 아이들이 아무런 보호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하고 있었는데요,
집나온 설움도 톡톡히 느꼈다고 합니다.

<인터뷰>김지혜 (일반인 참가자): “왜 내가 누울 곳이 이렇게 없나? 이렇게 돌아다녀도 벤치에 앉기도 힘들고,
지붕이 있는 곳은 더 그렇고, 자려고 하는 것 뿐인데
나는 왜 욕을 먹어야 하는가 하는 그런 느낌이... 씁쓸한 느낌이...”

실제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시내의 한 쇼핑몰근처에서 만난 18살 김모양과 정모양.
가정 불화와 폭력으로 집을 나온 뒤, 둘은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데요,
오늘은 찜질방, 내일은 피시방 이렇게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합니다.

<인터뷰>이모양 (가출 청소년): “저희가 돈을 벌잖아요.
쟤랑 저는 방 잡고 자거나 찜질방 가거나... ”
(오늘은 어떻게 할 거예요?) ”찜질방 가려고요.“

이들도 집을 나와 먹고 살려다보니, 길가는 아이들에게 돈을 뜯는 등 나쁜 짓도 해봤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모양 (가출 청소년): “언니가 할말 있어. 와봐. 불러서 아무 없는 곳에 가서 얼마 있어?
물으면 당연히 없다고 그러죠. 뺏길 것 아는데...
그래서 없는데 이러면 뒤져 보고. 돈이 나오면 맞는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해서 다 뒤져보고 없으면 때려요.”

그러다 조금 큰 돈이 필요해지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돈을 받고 남성들을 만나는,
이른바 조건 만남이라는 것도 하게 된다고 털어놨는데요,

<인터뷰>이모양 (가출 청소년): “돈이 없으니까 조건하게 되고. 조건하다 보면 돈이 생기고...
돈맛을 아니까 옷 사고 저거 사고 잘데 돈 쓰고, 먹고 이러다 보면 돈 떨어지잖아요.
또 조건하게 되고 계속 그 돈으로 생활하게 되고 그러다 조건에 맞들여지고...”

이처럼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은 연간 10만명에 이르는 걸로 추산되는데요,
이들은, 집을 나와 살면서 범죄에까지 빠지게 되는 자신들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자신들에겐 이미 ‘돌아가고 싶은 집’ 은 없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찾지도 않는다는데요.

<인터뷰>이모군 (가출 청소년): “어머니가 자살하셨는데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셨어요.
아버지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죠.
어머니가 자살할 거 알고 있으면서도 아버지가 도박하러 나갔으니까.
저도 그걸 12살 때 알고 그 때부터 나간 거였으니까...”

<인터뷰> 한모군 (가출 청소년): “핸드폰 갖고 있는 게 1년 정도 됐는데 집에서 전화 온 게 셀 수 있을 정도예요. 거의 서너 번...”
(전화 오면 뭐라고 그래요?) “잘 있어? 잘 있지?
내가 바쁘니까 전화 그만해야 겠다 그랬더니 응, 알았어 하면서 그냥 끊어요.”

둥지를 잃고 거리를 배회하며, 범죄에 노출돼 있는 가출 청소년들. 이들을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지,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6년 7월 11일 윤성희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