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이라 어릴적부터 성당을 다녔습니다.
아이들이 그렇듯이 별 생각없이 엄마손에 이끌려 다니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당당히! 성당을 안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미사는 나갔지만.. 주일학교는 전혀!! 하지 않았죠..
그러다 어느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교리도 갔습니다.
우리동네 날라리들은 죄다 모여있더군요.. 그게 싫어서 또 안나가기 시작했죠..

그렇게 고등학생이 된 저는 고1때 야자 짝꿍을 만났는데..
그 친구와 이야기중 같은 성당을 다님을 알게되었고, 그 친구는 저를 초대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날라리들이 많아서 싫다고 거절했고..
고2때 그 친구가 물갈이 되었다고..^^ 그렇게 고2 5월쯤.. 성당엘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성당과 다시 인연을 맺었고.. 많은 후배들과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해 마지막 피정 롤링페이퍼 시간에 나눔을 할 때 제가 "제 바램은 우선 고3이 되니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가는 것이고, 대학가서 주일학교 교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 가족 담당 선생님께서 저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주일학교로 초대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주일학교에 초대되었고..
그저 그때는 성당 후배들과 친구들과의 지속적인 관계.. (계속 볼수있다는..)..
교사회에 막연한 기대와 꿈.. 즐거움을 동경했던 저는 그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저의 성격은 화도 잘안내고 항상 생글거리며 웃고..
선생님을 뵈면 90도로 인사하는.. 너무나도 참한 학생이였답니다.
그렇게 너무나 좋게 본 선생님들의 환영속에 교사생활은 시작되었죠.

하지만.. 교사회는 너무나 다른 곳이였고..
더욱이 너무나 안좋은 상황들이 계속되어서 너무 어둡고 힘든곳이였습니다.
잘울지 않던 저는 1~3년차때 그동안 안흘렸던 눈물을 죄다 흘리듯이 혼자 울고있기가 일쑤였고.. 그런 상황들은 저의 성격을 180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사회에 남은 이유는.. 아주 나쁜 생각으로 남았던 것입니다.
누가 끝까지 남나보자..라는 오기와 너희 같은 인간들한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
저의 주일학교의 생활은 오로지 학생밖에 없는 교사들은 신경도 안쓰는..
학생들만을 위한생활로 바뀌없습니다. 공동체라는 개념을 상실한게죠..

그런 교사생활을 4년에 정리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한 선배의 큰 실수로 전 그 뒤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잠적이죠..
그러다 몇 달 뒤 우연히 길에서 만난 한 학생이
"선생님 교사 다시 하시면 안되요? 선생님이 안계시니 너무 힘들어요. 다시 와주세요."라는 말에.. 너무나 기뻤습니다.
하지만, 선뜻 제발로 다시 찾아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게 잘못한 그 선배는 결국 본당에서 짤리고 동기 다른 선배들이 저에게 대신 사과를 해왔습니다.
대신 정말 미안하다고.. 그때 그 동기 교감을 하던 선배가 저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저는 그 손을 잡았고.. 다시 교사를 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결심을 했습니다.
좋을때 떠나자! 사람들과 좋은 감정일때 떠나자! 라고..

그 후 지구회장, 총무, 교감, 사목부 일(동반, 강사..)들을 하면서 힘든일들도 많았지만..
잠시 떨어져있더라도 끈 한 개만은 남겨두었습니다.
완전히 끈을 놓게되면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것인지 알았기 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완전히 끈을 끊지 않았지요..
나이가 들면서 본당에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의 견제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릴적에 연말마다 교사를 할것인가 말것인가 고민하던것과는 달리 그냥 그렇게 저의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주일학교이기에 맘이 좋지 않아도 꿋꿋하게 교사를 했습니다. 이번에 동갑신부님이 오시면서 나이들어 첨으로 마음 편하게 교사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경력교사들이 그만두는 분위기가 되었고, 저 또한 내년에 올해보다 더 좋게 교사를 할 수 없을꺼라는 생각에 함께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본당교사 11년.. 올해 12년차.. 할만큼 하지 않았냐는 건방진 생각도 들었구요.. ^^;

그렇게 그만두고 한달동안 정신없게 회사생활을 하고나니 주일학교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이 아니라 편히 쉴 수있는 시간만을 바라게되었고 그렇게 쉬고 있는 저의 모습에 과연 11년동안 교사했던 내가 맞나? 싶은 의문이 들정도로 너무 늦잠자고 놀고있는 저의 모습에 익숙해져있었습니다. 그러다 또 다른 친구의 뜻밖의 초대로 저는 갈등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너무나 슬프게 했던것은..
예전에도.. 지금도.. 단체에 발을 들일때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는데..
20살 그때는 마리아의 모습처럼 “예!”하고 선뜻 응답했는데..
30살이 넘은 지금의 저는 많은 갈등과 고민, 조건적인 대답들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이 많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 하며 따라나섰는데 부자들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생각하며 머뭇거리다 버리지 못하고 결국 따라나서지 못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느덧 한심한 부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많이 속상했습니다. 많은 고민 속에 그렇게 그 초대에 응답했고..
응답을 하면서 제가 그동안 그렇게 힘들어도 왜 교사를 해왔었는지 가장 중요한 그것..
청소년 사목에 대한 사명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그 손을 잡고 발을 들였습니다.
이제는 이 손을 놓지 않고 따라가려합니다.
따라가면서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고마운 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저또한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상처로 얼룩진 미움과 어두움이 아닌 환하게 웃는 웃음을 보여주렵니다.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6년 4월 10일 윤혜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