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부터 성당에서 살았습니다. 어릴 때는 노는게 좋아서 성당에 갔습니다.
초등부 때는 성가대도 하면서.. 그러다 중고등부가 되면서 점차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성당 앞의 도로 하나로 지역이 바뀌면서 친구들과 떨어져서 혼자 다른 학교에 가게 되니 점차
친구들과의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어정쩡한 상황으로 고2까지 지내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협박이 없었다면 미사도 제대로 드리지 않았겠지요.

 

그러던 시기에 무슨 생각인지 고2때 본당에서 혼자 신청해서 청소년 큰잔치의 손발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지만 성당으로 돌아와서는 결국 성당을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고3때 우연히 혼자 하교하게 된 날 횡당보도 앞에서 성서 구절 하나가 해석이 되면서
성당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기도를 하기 위해 성당을 나갔습니다.
그렇게 고3 시절 내내 오전 9시 주일 미사를 드리면서 묵주 기도를 함께 바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수능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왔고 저는 당연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잘 나온 성적과는 반대로 원하는 학교들은 다 떨어졌고 설마하는 마음에 넣었던 학교만이 합격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고3때 미사를 다니며 친해진 오빠가 주일학교 교사를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고민 끝에 친구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저는 학교 생활을 하는 대신에 성당 활동에 매진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교사 생활은 첫 해부터 너무 힘들었습니다.
주일 학교에서 가장 힘들다는 학년에 캠프 진행에 피정 책임자. 그리고 2년차 교감으로..
2년차 교감이 되면서 새롭게 그리고 군대 다녀온 교사들이 들어오면서 그들과의 갈등으로 인하여
저는 교감 임기가 끝나면 그만둘려고 했고 그러던 차에 본당 보좌 신부님이 지구 지도 신부님이
되시는 바람에 지구 회장단에 초대를 받아 계속해서 교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교사를 하는 도중에 2003년도에 엄마가 대장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그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길까? 하는 생각에 하느님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수술이 잘 끝나서 항암 치료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성당에서 봉사를 하니까
엄마가 괜찮아졌다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항암제들은 생각보다 엄마 몸에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 점차 엄마는 상태가 안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여름부터 약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게 되었고 저는 2005년 12월에 5년을 끝으로 본당교사를 그만두었습니다.
2006년 2월부터 엄마는 상태가 심하게 악화되고 너무 심하게 하혈을 해서 저혈압으로 생명의 위기까지 왔다가 깨어나셨습니다.

그렇게 엄마가 깨어났을 때 부르심을 받았으나 아닌 것 같다며 그 부르심을 피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상태가 악화된 엄마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미루던 호스피스 병원에서 잠깐 동안 너무 맑은 모습을 보여주고선
그렇게 제 곁을 떠났습니다. 병원 생활을 하는 동안 항상 함께였기 때문에 가족 어느 누구보다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 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엄마를 데려갔는 원망에 한동안 그 부르심을 피했고 어느 날 아픔 속에서도 항상 엄마 때문에 피곤하다며
저를 위로하고 제 짜증을 다 받아주고 끝없는 사랑을 베풀어준 엄마 덕분에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 부르심에 예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작입니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언제나 주님께서 제 앞길을 끌어주신다는 거였습니다.
그것만 믿고 저는 지금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그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