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얼마나 마음을 표현하고 계신지요-

저는 원래 마음 표현에 서투른 편입니다-

그냥 말 한마디면 되는데,

맨날 낯 간지러워하고 부끄러워 합니다-

요즘 들어 저는 표현하기의 힘을 많이 느낍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보다

특히 가족들에게 더 표현하기 어려워 하죠-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오늘 저는 요즘 저의 기쁜 체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 동생은 다들 이야기하는 문제아였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제도권 교육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방황하는 나쁜 청소년의 표본이었죠-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반에서 조리코스 직업교육을 수료한 덕에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에 가서도 제 동생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고

친구들과 밤새 어울리거나 아니면 밤새 게임하거나 하는 생활을 해

가족들과 제 동생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었고

그럴 수록 동생은 더 겉도는 생활을 했습니다-

1학년 첫학기 성적은 All F였고,

미래에 대한 준비는 커녕

아직도 자신의 자아와 진로를 찾아가기는 것조차 벅차했습니다-

저는 그런 동생에게 늘 못하는 것만 지적하게 되고

화만 내고 답답해만 하고 야단만 치게 되었습니다-

" 그런식으로 살아서 뭐 되려고 그러니?"
" 네 앞가림이나 잘 할 수 있겠니?"
" 집에서, 학교에서 네가 하는게 뭐니?"
" 너 때문에 우리집은 맨날 큰소리만 나잖니."
" 아무 의미없이 그렇게 하루하루 뭐하러 사니?"

주로 이런 부정적인 메시지를 마주칠 때마다 온가족이 퍼붓는 셈이었죠-

이건 아니다 싶었던 저는

동생을 타일러도 보고,

술자리를 만들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해보고,

기도도 하고..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쉽게 동생의 생활이 변화하지 않았고

칭찬을 해주려다가도 야단을 치고 있는 저 또한

쉽게 변화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성서를 넘기다가

문득 '동생에게 매일 마음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제가 동생이 된 것처럼

모두가 야단을 칠 때의 절망적인 기분과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 사랑받지 못하는 기분,

모두의 골칫덩어리가 되어버린 기분, 가족에 대한 미움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동생이 우리에게 마음의 짐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모두 동생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조금은 부끄럽지만 쪽지를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한걸음 내딛을 때가 원래 어려운 법이잖아요-

괜히 두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동생의 "웃기고 있네. 치"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그렇지만 용감하게 동생 책상위를 굴러다니던 연습장에

작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너에게 처음 쓰는 건가?ㅋ
그냥 마음 못잡는 네가 안타까워서
늘 널 보면 다들 화부터 내고 잔소리부터 하게 되나보다-
서운한건 아니지?
욕하는만큼 걱정하고 기도하는 정도?ㅋㅋ
힘내라 ♡"

이렇게 시작한 마음표현 후

두 번, 세 번은 아주 쉽게 느껴졌습니다-

매일은 못했지만 간단한 메시지라도 종종 남겼습니다-

성서구절도 남겨주고 격려의 메시지도 조언도 남겨주었습니다-

우리 모두 동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동생이 얼마나 많은 선물을 가지고 있는지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후

동생과 저는 쪽지에대해서는 일체 말하지 않지만

서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걱정해 줍니다-

집에 귀가할때도 집에서 외출할때도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전에는 말만 꺼내도 싫어하던 진지한 이야기들도

이제는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마음을 표현하면서 동생에게

다정하게 존중하는 말을 많이 해주게 되었고

마음에서 긍정적지지가 절로 우러나왔습니다-

신기하게도 부모님께서는 제가 쪽지로 마음을 표현한 것을 모르시는데

부모님까지 동생을 대하시는 태도와 말투가 변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변화하니 가족모두 변화하게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제가 변화한건 단지 제 마음속에 있던

동생에 대한 사랑을 작게나마 표현한 것 뿐인데 말이죠-

그런데다가 아버지 어머니께서 워낙 많은 분들께 잘 하셨던터라

동생에게 좋은 기회가 생겨

자격증도 하나 없고 성적도 바닥이지만

아는 분께서 인천공항 조선호텔 요리부에서

일을 시켜주시겠다고 제안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동생이 원하지 않는다 하고 자신없다하며

거절하고 피했지만

가족 모두 전과 달리 긍정적으로 동생을 설득해

동생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용돈동결의 압박에도

성당에 나가지 않으려고 도망다니던 동생이

제 발로 매주 주일미사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한 한달정도 꾸준히 주일미사에 나가고 있는데요,

하느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 그동안 제 방식으로 동생을 변화시키려고 했고

내가 이만큼이나 잘해주는데

동생은 왜 매번 못되게 굴까 미운마음만 쌓아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 때 제게

동생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셨나 봅니다-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

정말 쉬운일이지만 잘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경험 이후,

저는 생활속에서 표현하기를 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며칠 전 어머니와 다투고 나서도

'엄마가 ~할때 난 ~마음이었어요.
제가 ~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하고 냉장고에 쪽지를 붙여두었는데

전에는 가족이니까 계속 싸울 수 없어

서운한 마음이 안 풀렸는데도 그냥 마음에 담아둔 채 넘어갔었던 것이

작은 쪽지 하나로 눈녹듯 녹아 서운함을 풀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을 때가 많잖아요,

지금 당장 작은 쪽지를 찾으세요-

가깝기 때문에,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매일 더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

가족에게 하는 '사랑해요' 그 한마디의 힘은

정말 상상 이상입니다-



왠지 모르게 요즘 들어 네가 신기하고 기특하다-
'각자가 받은 은총의 선물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가지고 서로 남을 위해서 봉사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갖가지 은총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1베드로 4.10
06.9.25
-요즘들어 부쩍 네가 가진 은총의 선물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는 누나가

 

 

* 게시글 이동 알림 : 2006년 9월 29일 천진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