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의 시작...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부터 저는 성당에 나가길 시작했습니다. 보통 종교의 시작이 그렇듯 저 역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성당에 나가게 되었죠. 가만히 어린 시절의 성당을 다녔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만이 제 기억 속에서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던 어린 시절... 저에게 성당이란 그저 성스러운 곳,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주일학교 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낮선곳을 싫어했고 극 내성적인 제자신이 제 발로 주일학교를 찾아 들어가기란 그 시절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였으니까요. 무언가 소속감이 없이 성당을 다니다 보니 여러 번 빠지기도 하였고, 그 시절 신앙이란 저에겐 큰 의미로 다가오질 않았습니다.
아마 저에겐 닮은 만한 모델이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저의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늘 혼자 성당을 다녔고 늘 혼자 기도하고 그랬으니까요. 그러한 면에서 청소년 사목에서 좋은 신앙적 모델을 갖는 중요성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신앙생활과 고민은 고등학교2년을 마치고 햇살에 학생기자로 들어와서부터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햇살에는 교회적, 사회적으로 저에게 훌륭한 모델들이 많았고 햇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제 삶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였습니다. 말하기 힘든 만큼 고통스러운 청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어두워지고 나약해진 제 자신이 희망이라는 것을 느낀곳은 햇살이었고 저는 햇살의 형, 누나들을 제 삶의 모델로 정하고 그들을 닮아가려 노력했었습니다. 그들은 신앙과 청소년,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나누며 저에게 비전, 희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조금씩 변화해 갔습니다. 기도하는방법을 알게 되었고, 내가 왜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주님으로부터 청소년 사목에 초대를 받게 되었는지 고민하게 되고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햇살지 제작팀에 있던 시절, 저는 청소년들을 생각하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제가 쓴 글을 본다는 사실에 늘 가슴이 뛰었고 어떻게 하면 작은 지면에... 단 몇 명이라도 그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걱정했던 그 순수한 열정이 떠오릅니다. 그즈음 하여 청소년 사목이라는 것에 나의 삶의 일부분을 바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신앙과 청소년사목에 떼제는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릴 적부터 기도라는 것이 너무 따분하고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는데(솔직히 요즘도 미사 때 순간순간 형식적으로 기도문을 외울 때가 많은 것 같네요.^^;;) 떼제는 그러한 저의 고정관념에 경종을 울리는 기도였습니다. 떼제기도를 제대로 접했던 때가 2002년 초급교사연수때였는데, 그때 떼제기도를 접한 후 느낌은 뒤통수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아!!! 기도라는게 바로 이런 거구나!!! 정말 주님을 만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그 충격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그전에는 기도는 단지 나의 바람과 감사를 주님께 말씀드리는 일방적인 기도였습니다. 떼제기도를 하면서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되었다고나 할까요..ㅋ 떼제기도를 하면서 그분이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 가만히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떼제기도를 알게 된 후 형식적으로 바쳤던 기존의 기도문들까지도 새롭게 느껴졌고 기도에 빠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떼제를 반주자로서 동반하면서 수많은 청소년, 청년들이 기도를 하며 주님을 만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들을 보아오면서 저를 이런 훌륭한 도구로 써주신 것에 늘 주님께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저에게 청소년시절 그렇게 힘들고 어두운 시기를 주셨던 것은... 저를 청소년사목에 초대 하시려는 주님의 작전?! 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주님이 약간 미울 때도 있지만 지금 저에게 수많은 기쁨과 희망과 비전을 선물해 주시기 위한 하느님의 계획이셨겠지요.~~^^ 이제는 제가 주님의 그 부르심에 힘차게 대답하겠습니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꼭 잊지 말고 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