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던져 본 '교회는 왜 주일학교를 하는가?'의 답을 나름대로 내려보았는가? 그리고 그 답으로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거듭해서 고민해 보았는가? 고민하지 않는 것에 답이 있을 수 없다. 아니 답(答)이라는 용어에 빠지지 말고 예수의 마음으로 헤아려 보자.
류시화 시인이 어느 책에서인가 인도여행에 관한 일화를 적었다. 시장에서 무엇인가를 흥정하고 제법 싼 값으로 사게 되어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그 인도인 상인이 "Are you happy?"라고 묻고는 "so, I'm happy, too."라는 말에 발 길이 얼어붙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청소년들은 행복한 걸까? 또 청소년들을 둘러싸고 있는 구성원들은 그들을 행복한 길로 인도하고 있을까? 청소년들이 행복함을 느낄 때 비로소 모든 구성원의 행복이 시작될 것인대 우리는 그들에 앞서 우리의 일에 도취, 이미 행복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한번의 자문(自問)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1. 선생님과 보모
주일학교 교육 성패의 1차적 책임자는 교리교사로 불리는 선생님들이다. 주일학교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보다 내면적인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기에 여기서는 짧게 짚어보겠다.
각 교구별로 교사 양성프로그램이 있고 또 지속적인 재교육이 있지만 교사 자신에 대한 정체성 자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청소년들과의 직접적 만남 속에서 그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를 함께 하며 나아가 예수께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선생님의 몫이다.
또한 교사 자신도 자기가 애써 가르치고 있는 그 '길'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을 때 교육의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선생님이 아니라 보모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과는 반대의 '길'로 들어서는 헛발질의 명수도 교사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교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2. 지도신부와 지도수녀
교육의 1차적 책임자가 교리교사들이라면 전체적 책임자이자 지휘자는 본당의 사제들이다. 주임신부 혹은 보좌신부가 있는 본당에서 그들은 지도신부이자 주일학교 교장 등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본당 실정에 맞게 주일학교를 이끌고 있다. 때때로 교사들과 또는 자모회와 불협화음이 날 때도 있지만 그것이야 사람 사는 세상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당연(?)한 일로 차치하더라도 청소년 교육에 대한 애정과 진지함에 대해서는 교육자 이상의 고민과 애씀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청소년을 대함에 있어서는 자식을 대하는 부모와 같은 안쓰러움도 지니면 좋겠다. 나아가 모든 것이 답으로 제시되지 않는 답답한 시설의 아이들과 '함께'하여야 할 것이다. 지도신부가 바뀔 때마다 매번 바뀌는 교육의 지침은 제도교육의 대학입시 정책보다 더 어지러울 때가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또 다른 지도자 수녀의 자리는 어디인가? 본당 안에서 수도자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지만 주일학교 안에서의 위치는 어디쯤에 있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있기는 하지만 과연 협조자인지 방관자인지 사실 헷갈릴 때가 많다. 그리하여 다소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간혹,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끊임없이 제 갈 길을 가는 국방부 시계와 같은 소임의 한 부분으로 주일학교를 여기는 건 아닌지 의아심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도 있다.
청소년과 성인, 그들은 불과 얼마 전 지나간 자신과의 다시 만남이며, 불과 얼마 후 그들이 만날 자신과의 미리 만남이다. 어른들의 "요즘 아이들은"이나 아이들의 "어른들은 언제나"하는 말은 실상 같은 말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선생님을 비롯한 성인들의 집단 '기억상실증'과 청소년들의 집단 '미래상실증'의 만남이 우리의 주일학교 교육의 현주소가 아니길 바란다.

김유철(스테파노)/마산교구 평신도

*'우리신학연구소'에서발행하는[갈라진시대의기쁜소식]중"신바람나는십대'에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