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0년의 시간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14년의 시간 동안 청소년 교육을 부둥켜안고 살아왓다. 그 시간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단어는 '바위에 계란치기'이다. 내 컴퓨터 안 청소년 관련 자료폴더 이름 역시 '바위와 계란'이다. 무엇이 바위이고 무엇이 계란인가?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생각과는 아마도 정반대로 청소년 교육의 가장 정직한 파트너는 청소년 자신들이다. 그들은 불안하거나 더더욱 불온하거나 불순한 대상이 아닌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실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교육의 대상들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첫번째 계란이다.
청소년에 대한 교리교육은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의 신자 재교육이어야 한다. 교리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예수를 보여주고, 예수의 말씀을 들려주고, 예수의 일을 행하도고 이끄는 종합적인 시청각 교육이다. 시청각 교육이라고 하니 교육기자재 타령으로 오해하지 마시라. 그것은 바로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어른들이 할 일이다. 그러기에 많은 경우 첫번째 바위는 교회 안의 기성세대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본당의 경우 일반 회합실과 주일학교 교실의 구분이 없다고 할지라도 청소년 교육에 털끝만한 관심이 있다면 현재 청소년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파악하고 자성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 집 아이가 다니는 학교나 학원의 교실이 그런 상태라면 그것을 방치할 부모가 얼마나 될까?
먼지가 수북한 책걸상, 그마저도 비정상적인 상태들, 어른들이 무감각하게 버리는 교실 안 담배꽁초들, 어른들에게는 회합실이지만 청소년들에게는 교실인 장소에서 툭하면 벌어지는 술판의 잔해들, 새로 건설되는 성당 역시 교육적 고민의 흔적보다는 요휼적 운영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것이 두 번째 바위이다.
또한 극히 작은 문제일 것 같지만 교실의 중심인 칠판의 위치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아이들의 눈높이로 말이다. 제대로 된 칠판이라도 있는지, 본당 예산에서 주일학교가 차지하는 비중과 기성세대의 관심비중이 균형에 맞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본당의 대표적 협의기구인 '평협'의 회의 안에서 교육의 문제로 진지한 논의를 나누고 있는가? 고민하고 있는가? 불행해도 개인의 경험안에서는 "없다"라는 대답이 나온다. 본당 구성원 중 어떤 사람이 청소년분과를 맡고 있는지 한번 눈여겨보시라. 주임신부 혹은 큰 성당의 경우 청소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보좌신부와 장기적 교육계획을 가지고 이해당사자간의 사목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불행히도 "없다"가 아니라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이다. 그것은 이미 정해져 있거나 혹은 전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부 구성원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되면 그 몸체는 동맥경화 증세가 나올 수밖에는 없다.
세 번째 바위이자 가장 큰 바위는 슬프게도 교회의 상층부이자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다.
청소년 미사를 한번 들여다보라. 아이들의 소란스러움만 보지 말고 그들의 재미없어함을, 끼리끼리만 함께 하고 그 밖의 아이들과는 벽을 쌓고 살아가고 있음을, 실업계 아이들은 거의 없고 인문계 아이들 일색인 구성비율을, 앵무새처럼 미사전례문과 기도문을 웅얼거리기는 해도 아무런 의미 없는 반복의 신앙생활을 조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청소년들이 보고 듣는 것을 행한다고 할 때 그것은 바로 어른인 우리의 자화상이기에 첫번째이자 최후의 계란은 청소년들이다.
예수를 믿는다고 입으로 말하고, 세례를 받은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원천으로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 안에 새로움을 발생시키는 일이다. 바로 그것!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청소년들이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 동방신기나 보아보다 훨씬 큰 매력을 예수로부터 발견하고 느낄 수 있도록 교육의 장애인 바윗돌을 치워야 할 것이다.
바윗돌이 치워진 자리에 빈 무덤(요한 20,1)이 있지 않던가?

김유철(스테파노)/마산교구 평신도

*'우리신학연구소'에서발행하는[갈라진시대의기쁜소식]중"신바람나는십대'에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