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대림절의 끝자락을 잡고 있다. 청소년 교육을 담당하는 주일학교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 짓기에 앞서 성탄 준비로 분주할 것이다. 성탄 예술제란 타이틀이 어색하지만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던, 아니 숨기고 있던 톡톡 튀는 개성과 끼를 나름대로 발산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런 행사에 '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본당에서 행하는 갈래중의 하나는 '수화'(手話)라고도 하고, 요즘은 '손말'이라고 부르는, 언어장애인의 용어로써 표현하는 공연이 있다. 좋은 음악이나 의미 있는 요즘 노래에 맞추어 흰 장갑을 끼고 10여명의 청소년들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보고 있으면 마음으로 흡족하면서도 우리 청소년 교리교육의 현주소를 이것처럼 웅변해 주는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어떤 것을 원래의 의도에 왜곡되게 사용(私用)화하고 더구나 종교의 교리화 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출발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그것이 교육이란 이름을 가질 때 우리는 보다 신중하고 긴 호흡으로 맞서야 한다. 비(非) 언어장애인이 자신과 같은 비 언어장애인을 위한 손말 공연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물론 공연의 연습과정에서 청소년ㄷㄹ이 나름대로 다양하게 장애인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과의 우연한 만남이 벌어지는 '실제상황'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배우는 것 따로, 행하는 것 따로라면 그 교육은 죽은 교육에 불과하다. 신제로 우리의 입시를 위한, 출세를 위한, 대박을 위한 학교교육이 그렇지 아니한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의 '두목'선생님과 그분의 교육철학을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단 한 번도 그런 교육을 해보지 못하는 우리 학교교육의 그림자를 청소년 교리교육의 현장에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고등학교로 진학할 당시 '뺑뺑이 은행알'의 인연으로 불교계 고등학교에 갔다. 당연히(?) 불교 교리 시간이 있었고 스님이 들어오셨다. 수업시간이란 말이 어색하지만 죽비를 들고 10분쯤 두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수업의 시작이었다. 1학년 시절은 그저 잠자는 시간이었지만 2학년 부터는 제법 진지해져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때 스님의 "내가 오늘 왜 책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을꼬?"라는 한마디는 평생 나에게 살아있는 교리가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들었던, 그래서 수없이 암기했던 불교의 다른 교리는 어디론가 다 달아났지만 그 한마디만은 남아있다.
교회는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주고자 하는가? 주일학교를 통한 청소년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제 다섯 번에 걸친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청소년들보다 예수를 조금 더 일찍 알게 된 성직자, 교리교사, 부모님들에게 '솔직'해질 것을 제안하고 싶다.
예수를 믿는다고 남보다 잘산다는 의미가 아닌 것을, 예수를 믿는다고 좋은 대학 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수를 믿는다고 남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아니란 것을 제안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 그보다 도대체 그런 의미는 우리의 종교와는 처음부터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임을 인정하고 청소년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교리교육이다.
청소년 교육하면 떠오르는 돈보스꼬 성인께서 하셨던 말씀처럼 '아이들이 사랑하는 것을 느낄 때까지' 우리는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 그 역시 교리교육이다. 아픔을 동반하지 않는 사랑이 있던가? 넘어지고 부딪치는 것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결국 교리교육은 '사랑의 전염'이다.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것,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 사랑으로 바라보는 것, 그럴 때 청소년들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씨앗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교리교육이다.
나는 이제 교리교육의 성공 열쇠를 프랜시스 치셤 신부가 보여주었던 천국의 열쇠(A.J 크로닌)와 같은 모양으로 그려본다. 그 열쇠는 바위에 계란던지기이고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나는, 아니 우리는 그 안에서 하느님을 만난다. 예수의 나무 십자가도 그런 이유에서 훌륭한 교리교육이다. 끝으로 모든 종교계, 학교와 가정에서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많은 분들께 두 손 모아 경의를 드린다.

김유철(스테파노)/마산교구 평신도

*'우리신학연구소'에서발행하는[갈라진시대의기쁜소식]중"신바람나는십대'에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