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청소년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청소년 100명과 노무현 대통령이 만찬을 함께 했다.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회의를 표방하며 올해 처음 열린 ‘청소년특별회의’를 마치고 온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노대통령에게 “이런 만남을 자주 가질 생각이 없느냐”고 힐난성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노대통령은 “지도자는 선량한 포부를 가져야 한다”면서 “선량한 꿈은 없고, 탁월한 능력만 갖춘 사람이 지배하는 사회는 위험하다”고 답했다. 이어 “여러분들은 기존 질서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도전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도전은 신성한 권리이지만, 조화를 살려나가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격려했다.

앞서 이들은 이해찬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청소년특별회의를 가졌다. 청소년들은 인권과 복지 등 5개 분야에서 스스로 발굴한 청소년 문제와 그 대안들을 정부측에 제시했다.

총리의 답변이 느슨해지거나 옆길로 새는 기미가 보일 때는 청소년들의 뼈있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총리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여러분 또래의 청소년들이 목화밭에서 일해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다”면서 “여러분은 우즈베키스탄이 아닌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꿈을 이룰 기회가 훨씬 크다”고 격려했다.

의장을 맡은 김갈뫼군(18)은 회의 도중 “우즈벡 청소년들은 강제노동이 문제인데, 우리 청소년들은 일자리 부족이 문제”라고 은근히 꼬집었다.

노동분과 위원장 박은영양(18)은 “청소년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등으로 한정돼 있고 임금체불과 폭언·폭행, 성희롱 등 노동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양은 대안으로 청소년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중개할 수 있는 공적 기구의 설치를 제안했다.

이총리는 “청소년들이 정리한 것이 아니고 마치 성인들이 정리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농담을 했다가 한 청소년으로부터 “이건 누가 대신 준비해준 것이 아니라 저희들이 스스로 준비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인권·참여분과 지은선씨(21·여)는 선거연령의 만 18세 인하와 학생회 법제화를 요구했다. 노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선거연령 인하를 공약했던 사실도 지적됐다.

학교내 종교자유를 요구하는 단식으로 유명해진 강의석군(18)은 “종교활동은 전교생에 대해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나 동호회 차원의 자율적 활동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총리는 이에 대해 “종교재단 설립 학교는 선택이 아닌 배정에 따른 진학이 많기 때문에 종교활동 강요는 지나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답했다.

보건·복지분과 위원장 김진군(18)은 “장애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 탈북 청소년은 소수자로서 헌법이 보장한 인간답게 살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대책이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총리는 학내 민주주의 요구에 대해 “대화가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김갈뫼 의장은 “대화도 중요하지만 경험도 중요하다. 민주주의가 뭔지 경험을 해봐야 사회에 나가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대응했다.

정부는 청소년특별회의를 연례화하고 청소년들이 직접 제안한 사항들을 청소년 정책의 주요 참고자료로 삼고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재중·장관순기자 herm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