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10대들의 성문화 특징을 좀더 살펴보자

"우리끼리만의 얘기 - 부모? 선생님? 창피하게 어떻게"

실제 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 중 부모님 혹은 어른들과 얘기를 나누었다고 하는 청소년은 전체 10%미만이다. 특히 임신을 한 여학생들의 경우에 부모님과 상의하기를 권하지만, 10명이면 10명의 청소년들 모두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성폭행을 당한 경우, 생리불순으로 맘고생하는 여학생조차 부모님께 알릴 수 없다고 한다. 대부분은 혼자 그냥 해결하거나 친구와 상의하겠다고 한다. 급기야는 상담실을 통해 해결하려는 학생들도 있다.
2004년 한 해 청소년들이 상담실을 통해 상담해 온 성고민 유형을 살펴보면 청소년(남, 여)이 가장 많이 상담해 온 것은 자위행위와 성지식에 관한 것이다. 전체 상담의 18.2%이고 다음이 성심리, 성욕구(8.6%), 이성관계(7.4%), 직접적인 성관계(6.4%), 근친상간(2.8%), 성도착(2.6%), 성병(2.1%) 등의 순으로 상담해왔다. 또한 성문제 유형의 추이를 보면 성지식 등이나 자위, 성심리, 성욕구 등 2차 성장관련 신체변화에 대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성 피해, 직접적인 성관계, 근친상간 등 직업적인 성행위와 관련된 문제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변화되는 청소년들으 성문제유형들 속에서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고민 정도는 한마디로 수준을 얘기하기가 어렵다. "몸은 가지고 있으되 주인은 없다"라고 할 정도로 아주 기초적인 마음 자세도 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몸따로 마음 따로이다.
학교에서 2차 성징과 임신에 대해서 배우기는 했지만, 그건 시험문제를 풀기위해서 외웠을 뿐 결코 자신의 몸과는 결부시켜 생각해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체가 조숙해진 청소년들에게서 성관계 조숙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주 앳된 목소리의 청소년들이 학교 선생님이 차별을 해서 속상하다든가 친구 문제 등으로 울먹이던 목소리가 요즈음은 '저, 임신인 것 같은데요'라고 문의를 해온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남학생의 17%, 여학생의 5%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문제의 심각성은 문제가 발생할 때면 사회적 문제로 반짝 나타나지만 금방 잊혀져 버린다. 지난번 밀양에서의 집단 성폭행 사건은 새삼 처음 일어난 사건처럼 충격적으로 보도되었지만, 청소년들의 성문제를 접하는 상담실에서는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 예견될 수 있었던 일들이었다. 그 예로 성폭력 가해자들의 연령이 너무 낮아졌다(초등생 고학년과 중학생 성폭력 가해자 상당수 증가)는 것이다. 2004년에는 예년과 달리 보호관찰소에서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들을 위한 교육을 많이 의뢰해왔다.
내가 지난 해 개인 상담을 한 성폭력 가해 청소년들은 그들이 저지른 일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솜털이 채 가시지도 않은 앳된 얼굴들이었다. 피해자를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끔직한 행위였지만, 어떻게 저런 어린 청소년들이 그런 행위를 감히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가해과정을 듣다보면 누가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 저지른 잘못보다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앞섰다.
이들 청소년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이나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해 행동이 피해자에게 평생 어떤 신체적, 심리적 후유증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대로 야동을 흉내냈어요. 호기심에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또 좋아보였어요"라고 대답했다.
결국 그들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피해자인 것이다. 청소년들은 결코 이 사회로부터 독립된 학교 안의 울타리에만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살아있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다. 때문에 우리 기성세대가 뿌려놓은 모든 것을 스펀지같이 흡수 모방하고 때론 왜곡한다. 이제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고 집착하는 우리 기성세대가, 볼 수 없는 것에도 신념과 소망,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고정애(마르첼리나) ㅣ 서울시 아하청소년성문화센타 책임상담원

*'우리신학연구소'에서발행하는[갈라진시대의기쁜소식]중"신바람나는십대'에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