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한 친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그 친구는 청소년 연수에 동반해 봉사를 하던 친구였다. 그는 자신의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해 표현하면서, "저는 저희를 양성시켜주는 사람이 그립습니다."라는 갈망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친구의 마지막 한 줄의 글이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게 했다.

사제 서품을 받고 처음으로 사목을 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새 사제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사목에 임하고 있었다. 많은 괜찮은 친구들이 내 눈앞에 보였다. 능력이 있고, 헌신적인 그들을 보면서 그들을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본당 사목에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때로 그들을 꼬시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들을 통해서 무엇인가 이루고자 했던 것 같다. 그야말로 본당만을 위한 지향을 지닌 일 중심의 사목이었다. 그래서 많은 순간 젊은 친구들에게 "비오 신부님은 일을 많이 시키는 신부님"이라는 의식을 주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떤 친구는 나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을 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나에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93년 프랑스 리용 근교의 리모네에서 신학생 및 사도 양성에 관한 2주간의 연수에 참여하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거기에는 한 70대 중반의 노 신부님이 참여하셨는데, 그 분은 이제 은퇴를 1년 정도 남겨놓은 분이었다. 어느 날 저녁 식사 후에 그분과 함께 리모네의 아름다운 뒷길을 산책하며 슬픔이 깃든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당신은 3개 본당을 맡고 있는데, 당신이 은퇴하면 그 본당들은 폐쇄되고, 옆의 본당에 귀속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느님 교회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있으며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신학생과 평신도 사도를 양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 나눠주셨다. 그때 나는 한 본당에서 내 사목의 영역에 몰두되어 있었다. 그때 그 노신부님이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 주셨다.

"신부님, 신부님의 본당만 바라보지 말고, 옆의 본당도 보십시오. 신부님의 교구만 바라보지 말고, 다른 교구들도 보십시오. 신부님의 한국 교회만 바라보지 말고, 다른 나라의 교회도 보십시오. 그리고 더 큰 교회를 위해 헌신 하십시오."

 

 나는 그 날 석양이 저무는 리모네의 들판에서 "더 큰 교회를 위해 헌신 하십시오"라던 신부님의 말씀이 내 가슴 속에 새졌다는 것을 그 후에 깨달았다. 신학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던 "하나인 교회"가 머리에서 마음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 이후 나의 사목의 관점은 내가 있는 공동체만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교회를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다. 일을 시키기 위한 관점에서 사람을 키우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것, 그의 사명을 살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된 것이다.

청소년 사목자의 역할은 물고기를 어항에서 키우듯이 교회라는 어항에서 청소년 사도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교회 안에 그들을 잡아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라는 어항 밖의 세계로 그들을 파견하기 위한 것이다. 죠셉 까르딘 추기경의 말처럼 개인의 복음화를 통해서 공동체의 복음화, 나아가 세상을 복음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나에게 청소년을 왜 양성시키는가에 대한 선명한 지침을 갖게 했다.

그때부터 나는 청소년을 바라볼 때 성당의 자리를 채우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들이 어느 본당 소속인지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한 청소년이 본질을 사는 것, 즉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사명을 사는 것이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마태 28,19-20)

[평화신문 2006.4.2일자 '조재연신부의 청소년사목이야기'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