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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6 - 성찬의 전례▶
자모이신 성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제반 전례 의식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완전히 참여하도록 지도되기를 원한다.
-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14항 -
난 성찬의 전례(봉헌의 기도 전)에 청소년을 제대 가까이로 초대하기를 잘한다. 그것은 청소년을 맞아들이는, 그리고 그들이 그리스도께 가까이 다가오는 사인으로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본당에서 나는 성찬의 전례 때 청소년을 자주 제대 주변으로 불러들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수녀님이 그 이후의 카페트 청소 때문에 싫어했다. 하지만 신발을 신고 벗고 하면 전례분위기를 해치니 그것도 문제였다. 결국 청소년이 하느님을 맛들이는 것이 우선적이고 중요하다는 동의 끝에 무사히 해결되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청소년을 제대에 오게 하기는 참 어려웠다. 청소년 시기의 심리적 특징 가운데 하나인 "상상적 청중(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의 의식은 청소년 자신이 대중 앞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그래서 처음에는 특별한 친구들을 미리 섭외해서 10명 정도 제대에 초대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성찬의 전례 가운데 무릎을 끊게 하고, 주님의 기도를 손을 잡고 기쁘게 같이 바치고, 평화의 인사를 그들하고만 나누고, 양형영성체를 모셔주고 하면서 다른 친구들도 함께 할 용기를 갖게 했다.
그러기를 몇 주가 지났다. 많은 친구들이 제대에 올라오고 싶어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제 친구들과 전체적으로 공유할 때가 되었음을 알고, 미사가 끝나기 전에 다음과 같은 공지사항을 했다. 다음 주 미사 때 제대에서 성찬의 전례를 드리고 싶은 친구를 이번 주에 추천을 받겠다고... 그리고 추천할 사람은 선생님께 쪽지에 이름을 적어 주라고 했다. 몇 몇 친구가 그날 추천되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또 미리 섭외해서 그 다음주에 올라왔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모두가 추천된 친구였다. 이것은 나의 계획된 전략이었다. 왜냐하면 청소년은 남을 의식하는 시기라서 스스로 잘 올라오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러기를 다시 몇 주를 하면 이제 그 분위기를 익히게 되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제대에서 처신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 다음 단계는 오고 싶은 친구들에게 문을 여는 것이었다. 다음주에는 제대에 오고 싶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겠다. 하지만 소란스럽게, 번잡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안내하고, 그 다음 주에 올라오기 전에 또 똑같은 내용을 교육했다. 많은 청소년이 제대에 올라오게 되었다. 물론 약간은 소란스럽게 말이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은 이루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제대에 가까이 오게 된 것이다. 많은 친구들이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찬의 전례에 참여했다. 아마 마음 속으로 다음 주에는 내가 올라가야지...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또 그 순간을 잘 이용했다. "다음 주는 특별히 선생님들이 추천한 출석이 좋은 친구들을 올라오게 하겠습니다."하고 공지를 한 것이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매우 좋은 사인이었다. 청소년은 금방 얻을 수 있는 것은 금방 버리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얻기가 너무 힘들면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약간 힘들게 하면서 희소성을 높이면 그들은 딸려오게 된다. 혹시 기억하는가? 딸려온다는 말을...
어쨌든 그 다음 주부터 이미 익숙해지고, 올라오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을 잘 교육시켜서 성찬의 전례에 주인이 되게 했다. 때때로 제대위에 청소년 사이에 끼어있는 어른들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한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제대에 가까이 오고 싶은 열망이 어른들에게도 있는 것이다. 제대에 가까이 오고 싶다는 열망은 그리스도께 가까이 나가고 싶은 열망의 표현이다.
나는 청소년들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 싶다는 많은 사인을 읽을 줄 안다.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리라. 그리고 그들을 초대하는 방법을 많은 순간 주님께서 가르쳐주셨다. 처음에 나는 내 머리가 좋은 줄 알았고, 생각이 기발한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고, 주님께서 나를 쓰시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겸손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나에 의해 제대 가까이에 초대되었다. 그들이 주님의 식탁에 가까이 함으로 성찬례의 의미를 더 깊이 느꼈으리라 나는 믿는다. 머리(지식)와 가슴(느낌)과 의지(행동)의 세 가지가 통합될 때 신앙은 성장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말처럼 말이다.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청소년들은 제대 위에서 품위가 있었고, 분별이 있었고, 그리고 정중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양성의 문제이지 청소년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청소년에게 좋은 것, 복음적이라고 마구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 안에 복음에 대한 갈망을 일으키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적이고, 그 갈망이 그들로 하여금 좋은 것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 사목의 곳곳에는 Gum-ball이 발견한 이론이 작용한다. 즉 "자신이 무엇을 얻고자 한다면 거기에 자신의 무엇인가를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거저 무엇을 주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그들의 갈망을 불려 일으키고, 그들이 무언가를 원할 때 자신이 가진 것을 기여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그의 것이 된다.
1996년 한국과 일본의 젊은 친구들을 교류시킴으로 한일간의 이해를 더 높이자는 결정이 양국 주교님들의 모임인 한일주교회의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CBCK의 사무총장이셨던 김종수 신부님은 그 실무를 맡아주기를 요청하셨고, 그래서 99년까지 한일 청년 교류모임의 기초를 닦는데 도움을 주었다. 일본 청소년과 일본 교회를 만난 좋은 체험이 되었다. 1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상호 방문을 하면서 서로의 교회와 문화를 배우게 되었다. 전례 안에서 특이했던 것은 성체를 모실 때 일치를 상징하기 위해서 사제와 신자가 성체를 받아서 준비하고 있다가 사제의 제안에 동시에 모시는 것이었다. 정말 일본 문화에서나 나올 수 있는 영성체의 형태인 듯 싶었다.
나는 청소년들이 영성체를 직접 모실 수 있게 초대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보통 본당에서 주일 미사때 시간의 부족 때문에 사목적인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하지만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나는 청소년을 제대로 초대해서 그들이 직접 양형영성체를 모실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시게 도우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 이것을 돕기 위해서 나는 투명한 유리 성작에 적포도주를 도구로 쓰기도 한다. 상상해보라.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하면서 투명한 유리 성작에 보이는 붉은 빛깔의 성혈을!
여기 EAPI에서 많은 다른 아시아 신부님들은 거양 성체 전 "빵을 드시고 쪼개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의 부분에서 제병을 정말 둘로 쪼개면서 미사를 드린다. 그때 물론 "쫙"하는 소리가 실감나게 한다. 많은 한국 신자들은 성체에 대한 조금 왜곡된, 혹은 너무도 경건한 신심 때문에 성체를 쪼개지도, 씹지도 말라고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와서 그런지 성서적으로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되면서도 처음에는 그 소리가 왠지 불편했음을 고백한다.
사실 청소년들에게 성체와 성혈을 모시는 교육을 하지 않았을 초반에는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 어떤 친구는 그 자리에서 모시지 않고 성혈을 찍은 상태에서 걸으면서 모셨다. 바닥에 성혈이 떨어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친구는 성혈이 아닌 포도주를 많이 마시는 데 목적을 둔 친구도 있었다. 어떤 친구들은 성작을 들고는 오른쪽으로 돌리고 모시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술 마시는 예법(주도)을 너무 잘 배운 것이 화근이었다. 주님께서 내안에 오시는데 누구에게 예의를 지켜야하는지 잘 인식하지 못항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그 경험으로 미사 전과 성체성사 전에 두 번을 강도 있게, 그러나 짧게 성체성사에 대한 교육하고는 했다. 그것이 많은 친구들에게 성체와 성혈께 대한 깊은 믿음으로 초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먼저 외적인 자세를 교육한다. 즉 깊이 절하고, 성체를 들고, 성혈을 찍고, 그 자리에서 그 자리에서(두번 강조한다) 성혈이 떨어지지 않게 모신다. 성작 수건에 손을 닦고 입에 묻어있으면 입을 훔친다. 혹은 성작에 있는 성혈을 마신 후 성작수건으로 성작의 마신 곳을 닦고 자리로 들어간다.
그 다음에 성체에 관련된 내적인 교육을 첨가했다. 즉 빵은 나누어지기 위해 반드시 쪼개져야 한다는 것과 성찬례에 담긴 예수 그리스도의 먹히움에 대한 신비-자기 나눔과 자기 비움의 신비를 가슴에 담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쪼개지는 아픔이 없으면, 결코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것, 자신을 나눈다는 것은 그 아픔을 받아들이면서 내 것을 포기할 때 나눔이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현존은 우리로부터 시작하기에 우리가 성체를 모실 때 우리도 자신의 존재를 기꺼이 바치려고 하는가를 청소년에게 도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면서,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직접 성체와 성혈을 모실 때 그리스도를 더 가까이 체험하게 됨을, 그리고 더욱 다른 몸가짐을 갖게 됨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영성체를 모시는 것이 축제가 되게 할 수는 없을까? 왜 우리는 엄숙하게만 성체를 모실까? 주님께서 우리에게 들어오셔서 우리를 당신으로 살찌우시기를 원하시는데, 당신에 우리의 삶과 모든 활동에 양식이 되기를 원하시는데...하는 생각이 미쳤다. 여기서 그 단초를 제공한 동글이라는 한 오랜 친구를 언급하고 싶다. 난 그 친구에게 성체를 모셔주면 늘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성체를 모시러오는 그 행렬에 환하게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는 것이었고, 모시는 가운데 늘 밝고 기쁜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동글이는 먹을 것을 좋아한다. 한번은 간식을 담당시켰는데, 간식 담당자인 동글이가 먹을 것을 옆에 두고 참을 수가 없으니 계속 먹어서 간식이 모자라게 된 적도 있었다. 동글이를 보면 입에는 늘 무언가를 씹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는 한다. 모두들 동글이는 먹는데 특별한 카리스마가 있다고 한다. 어쨌든 난 동글이의 그 성체를 모시는 얼굴을 사랑한다. 난 청소년들이 그리스도에게 가까이 다가오면서 동글이의 그 기쁨을 갖기를 바랬다. 그래서 그 행렬이 축제가 되기를, 기쁨의 행렬이 되기를 바랬다.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청소년과 함께 한 어느 미사에서 "어떤 사람들 많은 욕심중에~~~"('우리의 길' 권성일 곡)라는 가사의 복음성가를 함께 부르면서 기쁜 표정으로 몇 몇 친구들이 앞 친구의 어깨에 손을 대고 노래의 가락에 흐름을 맞추고 있었다. 그때 무엇인가 내 머리를 치는 것이었다.
"바로 저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성체행렬에 대한 교육을 더하게 되었다. 로마노 과르디니의 저서 가운데 "거룩한 상징"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행렬은 그리스도께로 향하는 인생의 여정'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리스도께로 가는 여행으로서의 행렬 그 여행은 단지 엄숙하고 경건한 여행만이 아닌, 기쁨과 즐거움, 축제와 그들 신앙의 경축의 장인 것이다. 나는 그 이후 청소년들에게 그리스도와 청소년 사목에 대한 연대성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복음적인 의미가 담긴 경쾌한 리듬의 성가와 더불어 성체의 행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행렬이 어떤 어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품위가 없거나 소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밝음과 젊음이 있는 그리스도를 향하는 거룩한 행렬이 되었음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많은 청소년들은 이 분위기를 매우 사랑한다. 그 안에서 그들의 신앙도 커가고 있는 것이다.
92년 프라도 국제총회 여정 가운데 방문한 벨지움의 종신서약 미사 중에 나의 귀는 언젠가 어디에선가 들은 듯 한 멜로디에 사로 잡혀버렸다. 악보를 채보할 줄 모르는 나는 그 멜로디를 한국에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 멜로디를 잊지 않기 위해서 한 달간의 여행 동안 그 멜로디를 미친 사람처럼 늘 흥얼거리면서 다녔다. 마침내 한국에 도착해서 음악을 할 줄 아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악보로 그려달라고 부탁했고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예수의 몸/ 예수의 피"가 되어 거양성체와 거양성혈 때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가 있다. 작곡가도 음악가도 아닌, 단지 아름다운 것을 나누고 싶고, 활용하고 싶어하는 한 사목자로서의 사목적인 관심이 전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전례 동영상 감상실에 예수의 몸, 예수의 피가 올려져 있고, 악보는 청소년 사목 노래집 "생명의 샘"에 실려 있다).
97년 프랑스세계청소년대회가 끝나고 프랑스 떼제에서 일주일을 나의 젊은 친구들과 함께 머물렀다. 물론 세 번째의 떼제 순례였지만, "떼제를 지나가는 사람은 사막에서 샘터를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교황님의 말씀처럼 내게 큰 쉼의 자리였다. 주일날 떼제의 화해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성찬의 전례를 회중은 허밍으로 화답하고, 사제는 미사 경문을 기도하는 형식을 배우게 되었다. 보통 우리는 사제가 기도하면 아멘이라고 끝에 응답하는 것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것은 회중을 적극적으로 성찬례의 한 가운데로 초대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에 돌아와 여러 차례 했지만, 많은 순간 실패를 했다. 그것은 경험의 부족이었고, 또 전례에 대한 양성의 부족이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 전례에 대한 양성이 중요함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연수 중에는 미사를 드리는 시간 3~4시간 전에 한 시간 정도 미사에 대한 교육을 직접시켰고, 시간이 없는 일상적일 때는 최소한 10분이라도 전례의 흐름과 중요한 순간을 교육해서 청소년들에게 전례에 대한 양성을 시켜왔다. 어째든 성찬의 전례에 떼제 노래 "주를 찬미 하나이다, 주는 좋으신 분"을 허밍으로 신자 회중이 참여하게 함으로 성찬례가 더욱 신비에로 감을 체험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상상해보라. 상상을 못하겠으면 영상을 보면 더욱 실감이 나리라 생각된다(전례동영상 감상실에 올려질 예정이다).
94년 12월 30일부터 폴란드에서 떼제 유럽 젊은이 모임이 개최되었다. 우리 그룹은 한 작은 마을에 묶게 되었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는 오랜 공산주의 통치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12월 31일 마을의 고풍스러운 성당에 모여서 우리 모두는 송년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물론 폴란드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 미사에 참여한 작은 꼬마부터 청소년 청년 어른 노인들의 가족적인 분위기와 성가의 아름다움은 우리를 매혹하기 충분했다.
그런데 성찬의 전례가 끝나고 주님의 기도를 드리려는데 그들은 무슨 퍼포먼스를 하는 것 같이 서로 서로의 팔을 엑스(X)자로 엮고 있었다. 엉겁결에 따라서 같이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장중하면서도 알 수 없는 그 느낌은 나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미사 후 나는 통역을 통해서 왜 주의 기도 중에 X자를 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거기에는 폴란드의 아픈 역사와 더불어 깊은 신앙의 의미가 새겨져 있었다.
지난 반세기동안 폴란드는 공산정권하에서 신앙의 자유가 없었다. 공산당원이 되어야 사회적으로 출세나 성공을 하게 되는데, 가톨릭 신자임을 선언하면 공산당원으로서의 기본자격을 가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폴란드 교회 신자들은 기꺼이 가톨릭 신앙을 간직하고 사회적인 출세를 포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 그리스도께서 자신들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듯이, 자신들도 그리스도 때문에 이 주어진 십자가를 기꺼이 지겠다는 표시로 주님의 기도 때 X자로 자신들의 신앙을 드러낸다고 했다. 이 의미는 나를 사로잡았다.
그 이후 나는 많은 미사 가운데 X자의 그 의미를 청소년들에게 설명하고는 했다. 그리고 우리도 자신 때문에, 공동체 때문에, 그리스도 때문에 지게 되는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의미로 주님의 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하곤 했다. 물론 함께 미사를 드리는 젊은 친구들은 단순히 보기 아름다운 X자의 사슬을 만드는 것이 아님을 그들의 얼굴 안에 드러나 있는 투신에 대한 자세를 통해 엿 볼 수 있었다.
나는 전례 안에 많은 상징을 만들고는 했다. 상징은 전례의 본의미로 들어가는 문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청소년 세대에게 있어서 그것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 상징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기에 상징을 단순히 표현할 때 그것은 외적인 움직임에 불과하다. 그래서 행위자에게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가 설명되고 이해될 때 그 상징은 행위에서 의미에로 전환되게 된다.
평화의 인사
90년부터 평화의 인사는 15년간 나의 사목에서 변천에 변천을 거듭해왔다. 왜냐하면 이 평화의 인사는 전례 가운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왜냐하면 청소년기가 갖는 고독함과 적막함을 다른 친구를 만남으로 깨뜨리려는 심리학적인 접근 때문이었다. 그것은 매우 청소년에게 유익했다. 어떤 피정에서는 모두를 만나게 원을 그렸고, 어떤 캠프에서는 모두를 만나는데 평화의 인사 시간이 1시간 남짓 걸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그들 시기가 그렇듯이 피상적인 만남을 하고는 했다.
그러면서 점점 평화의 인사를 효과적이고 의미있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방법을 고안해내기 시작했다. 스킨십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도입했다. 어깨를 두드리면서 서로 격려하는 방법, 코를 서로 비비는 방법, 악수를 하는 여러 가지 방법(엄지손가락을 비비는 것, 서로의 팔목을 잡는 것, 이마에 십자가를 그어주는 것, 손을 들어서 서로 손을 잡는 방법, 하이 파이브) 등 그러나 때로 청소년이 그렇듯이 장난과 시끄러움의 연속이 되곤 했다. 그래서 도입한 몇 가지의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친교의 분위기를 내는 데 성호경 악수를, 깊은 만남으로 초대하는 데는 떼제 스타일의 인사(상대의 양손을 펼치면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 양손에 작은 십자가를 두 번 그어주고 또 받는 방법)가 효과적이었다. 어떤 친구들의 친밀감을 표시하는 의미로 서로 껴안을 경우도 있었다. 친근감의 표현으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원칙이 있다. 서로를 포옹할 때 같은 성(Gender)이라 하더라도 절대 가슴과 가슴(The chest vs. the chest)은 마주 해서는 안 되고, 어깨를 감싸는 포옹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청소년끼리 서로의 가슴이 부딪히는 것은 청소년 시기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어떻게 서로 한번 만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만나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 속에서 나는 성구카드를 고안해냈다. 이것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줄 수 있는 것이었다. 평소 청소년들에게 성서 안에서 자신의 삶의 지표가 될 만한 글을 발견하라고, 그래서 그것을 자신의 성서구절로 삼으라고 격려하고는 했다. 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성서구절을 갖게 되었고, 자신을 소개할 때 자신의 성구를 이야기하는 친구, 메일을 보낼 때 자신의 성구를 첨부해서 보내는 친구도 많이 보았다. 그것을 상본에 써서 이메일과 핸드폰 번호를 쓰고는 작은 메시지를 써서 친구에게 주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소외당하는 아이를 배려해서 한 장은 무조건 아무나 만나면 그와 교환하고 꼭 주어야 할 친구에게는 따로 준비해서 주라고 미리 제시해 주었다. 이 성구카드와 함께 하는 평화의 인사는 새롭게 친구가 된 친구를 연결해 주는 통로가 되었고, 때로 갈등이 있는 친구를 화해시키는 교량이 되기도 했고, 더 깊은 우정을 만들게 도와주기도 했다. 나도 많은 친구들의 성구카드를 간직하고 있다. 그들이 내 손에 쥐어준 작은 메시지들은 큰 격려가 되었고, 우정을 맺는 도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1999년 한 연수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어린양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다가 "세상의 죄"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그래, 세상의 죄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교회가 가르치듯이 세상 안에 사회적인 죄의 모습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때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죄의 세계에 던져지게 되지. 그래, 이 세상의 죄를 체인처럼 연결하자'하는 영감이 미사 중에 떠올랐다.
그래서 "신상옥 곡의 하느님의 어린양"에 따라 한 사람 건너의 사람의 손을 옆 사람 등 뒤로 잡게 하고 노래를 불렀다. 친구들이 잘 못 알아듣고 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웅성임 때문에 작은 만족감이 있었다. 다음의 미사에서는 미리 잘 공지하고 서로 체인을 만들어 몸을 성가에 맞추어 흔들면서 바쳤다. 많은 친구에게 큰 공감을 자아냈다. 수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수정해 갔다. 처음에는 아름답게 마지막 절은 아주 큰 소리로 부르면 더욱 깊어짐을 깨달았다.
1년 정도가 지났을 때, 하느님의 어린양을 두 번 반복해서 불렀다. 아주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 부를 때 허밍으로 부르게 초대했다. 그랬더니 그 허밍의 순간에 많은 친구들이 눈을 감고 그 가사를 즐기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큰 성공이었다. 어떤 기도보다도 더 좋았다. 어느 날 같이 미사를 드리던 중 하느님의 어린양 허밍 부분에 "성서의 한 구절"을 넣고 싶었다. 그래서 그 말씀을 묵상하게 도와주고 싶었다. 시편 139편의 "야훼여 당신은 나를 환히 아십니다. 내가 앉아도 아시고 서 있어도 아십니다. 당신 생각을 벗어나 어디로 가오리까? 당신 앞을 떠나 어디로 도망치리이까? 당신 손은 나를 인도하시고, 그 오른 손이 나를 꼭 붙드십니다" 이 말씀을 허밍가운데 읽어주고 있는데, 어떤 친구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청소년들도 미사를 드리면서 눈물을 흘리며 감격한다는 것을 얼마나 보아왔는지 모른다. 그것은 청소년만이 아니다. 2004년 6월 대전 정하상 바오로 교육관에서 소공동체 운동 전국 모임의 미사를 담당해 달라고 하는 요청을 받고, 200여 명의 사제 수도자 사목회장님들에게 미사를 준비시키고, "공동체송"과 "예수의 몸", 그리고 "하느님의 어린양" 등을 함께 불렀다. 그리고 2절의 허밍을 하면서 성서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미사 후에 청소년 공동체 미사곡을 구하고자 다가 왔고, 나는 청소년 사목노래집인 "생명의 샘"을 햇살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몇 달이 흘러, 프랑스 리용의 프라도 신학교에서 한국 프라도 사제들의 연수가 열렸다. 거기에서 대전의 소공동체 전국모임에 참여했던 세 분의 신부님으로부터 그때 미사 중 "하느님의 어린양" 때 들려주었던 그 성서의 구절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분들의 그 말씀이 자신들을 장악했으며, 그 중 한 신부님은 그 구절을 찾아 성서를 거의 다 뒤졌다고 고백했다. 그 말씀은 바로 이사야서 46장 4절의 "너희가 늙어 비록 백발이 성성해도 나는 여전히 너희를 업고 다니리라"라는 말씀이다. 난 그때 단지 이 말씀을 두 번 천천히 읽어주었을 뿐이었다. 상상해보라. 제대 주변에 모여 하느님의 어린양을 함께 부르며, 허밍을 하고, 그 말씀을 눈 감고 듣는 청소년의 모습을! (계 속)
<청소년 공동체미사를 위한 걸음들 시리즈 4>에서 이어집니다.
다음 씨앗에서 세계 각국에서 경험한 미사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다음 번 씨앗은 5월 1일에 파종하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았던 부분의 느낌과 체험을 나누어 주세요.
여러분의 리플은 저와의 우정을 의미합니다....^^*
조재연 비오 신부
-2005년 4월 15일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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