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필리핀에 머물면서 필리핀이 가난한 나라이고 우리나라에서 필리핀 노동자들이 일한다고 필리핀에 대해서 격하해서 말하는 많은 한국인을 만났다. 나는 그들의 태도를 보고 40년 전 일본에 가서 일하면서 수없는 차별과 질시를 받으면서 고국으로 돈을 보낸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역사를 망각한 한국 사람들을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면 자신의 가난한 시절을 생각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 무시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사람을 돈이나 피부색깔, 국적, 학력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존중해주고, 그 문화의 차이를 인정해주는 아름다운 한국인을 만나는 것은 필리핀에서 행복한 일이었다.

난 95년 마닐라 세계 청소년 대회(WYD)에서 필리핀 교회가 갖고 있는 다른 풍요로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나의 그룹은 시간을 내어서 가난한 지역에 현장체험(Exposure)을 나가게 되었다. 그 가난한 지역 사람들의 비참함을 발견하고 마음 아파하면서 나는 그 마을의 아이들이 우리를 환영한다고 불러준 노래와 액션에 감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타갈로그 노래였는데, 우리를 안내했던 작은 자매회 루이사 수녀님의 통역으로 그 내용을 알게 되었다. 너무도 흥미가 있었던 그 노래를 루이사 수녀님에게 영어로 노래 가사를 적어달라고 청했다. 마닐라 세계 청소년 대회를 하던 그 2주동안 내 입에서는 그 음이 떠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당연히 그 음을 채보했고, 영어를 잘 못하면서도 혼자서 몇 개월에 걸쳐 그 내용을 번안했다. 그것은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미사의 평화의 인사 전에 제대에 모여 함께 기뻐하는 공동체송(Building Community Song)의 시작이었다.

 

 

이 공동체송은 2004년 의정부 교구가 설립되는 착좌 미사 때 의정부 교구의 사제들이 주교님과 함께 액션과 더불어 불리게 되는 영광을 갖게 되었다.

필리핀에서 또 하나의 충격은 너무도 아름다운 노래에 액션을 담은 액션송이었다. Great Jubilee , Shine Jesus shine 등 너무도 아름다운 노래의 반복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것을 우리의 것으로 할 수 있을까?

기회는 찾아왔다. 96년 자료 수집을 위해 필리핀을 방문했다. 그때 나는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필리핀 청소년 사목의 두 거목을 만나게 되었다. 한 사람은 지금은 나의 친한 친구가 된 파라냐케에 있는 살레시오 신학교의 학장으로 있는 드 구스만 덱스(De Gusmann Degz) 신부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 마카티의 청소년 사목센터 책임자로 있는 마리오 바클릭(Mario Baclig) 신부님이다.

 

     ▲ 앞줄 맨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구스만 덱스 신부님

 

 

     ▲ 강의하시는 마리오 바클릭 신부님

 

구스만 덱스 신부님은 나의 청소년사목에 대한 열망을 듣고는 자신의 책장을 열어 내가 원하는 모든 자료를 제본해주었다. 그가 제본해준 다섯 박스의 책과 문헌들을 통해서 나는 청소년 사목의 전문적인 접근을 할 수 있었다. 마리오 바클릭은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나는 97년 98년 두 번 그를 3주간씩의 청소년 사목 워크샵의 강사로 초대했다. 동시에 나는 액션송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한 젊은 친구가 동반해 주기를 요청했다. 97년에는 딕냐, 98년에는 리까이다. 그때 온 두 젊은 친구는 나중에 파푸아 뉴기니아에서 평신도 선교사로서 헌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워크샵의 쉬는 시간과 일과 후의 시간을 통해서 50여 곡의 액션송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비디오 카메라를 찍고, 진행하면서 1인 5역을 하느라고 워크샵 내내 내 눈은 환자처럼 퉁퉁 부어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수집한 액션송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좋은 곡을 골라 영어와 음악을 잘 하는 한 수녀님에게 기초 번안을 부탁했다. 그 수녀님의 헌신으로 액션송의 초안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 노래 가사와 액션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일과 후 주교관에서 새벽까지 비디오를 보면서 액션과 노래 가사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액션송의 모든 것을 스스로 익히게 된 것이다.

그러기를 6~7개월이 지나고, 여러 그룹들에게 액션송을 직접 가르쳤다. 처음에 그들의 반응은 엄숙해야 할 사제가 액션송을 하니까 뭔가 어색하다는 반응, 색다르다는 반응, 흥미롭다는 반응 등 다양했다. 사실 액션송을 가르치면서 나도 처음에는 매우 쑥스러웠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무슨 일에나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늘 그러했듯이 지금도 큰 용기를 가지고 살든지 죽든지 나의 생활을 통틀어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필립비 1장 20절)"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복음을 선포하는 데 있어서 쑥스럽고, 부끄러워서야 어떻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자신이 복음화 되어 있지 않고는 다른 사람을 복음화 시킬 수 없다는 나의 확신과 교회의 가르침 가운데 그 모든 것을 극복해 냈다. 그리고 많은 호응을 받고, 그들의 갈망이 커졌을 때, 액션송 음반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큰 반향을 불러왔다. 지금은 어떤 공동체는 자신들이 새로운 성가에 액션을 붙이기도 할 만큼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 그리고 많은 청소년 전례에 활용되고 있고, 나아가 어른들의 어떤 전례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수화와 다르니까 청각 장애인들이 함께 따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액션송은 청각 장애인들과의 통교의 수단이 아닌 청소년 세대에 복음을 전달하는 하나의 도구임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청각 장애인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수화의 많은 것을 액션송에 그대로 사용할 때는 단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사목의 장에서 액션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굳게 다문 입과 굳어 있는 표정이 아닌 기쁘게 성가를 큰소리로 노래 부르며, 그 내용의 의미를 선포하면서 밝은 미소를 함께 하는 한 청소년을 만난다면 액션송을 시작한 나로서는 큰 기쁨을 가질 수 있을텐데 하는 작은 바램을 가지고 있다(모든 액션송은 나의 홈페이지 - www.frcho.net의 동영상에 모두 있다)

특별히 미사 가운데 잘 쓰는 액션송 가운데 하나인 "목마른 사슴(As the deer)"을 언급하고 싶다. 이 "목마른 사슴"은 많은 순간 신앙고백 대신에 사용하곤 한다. 신앙고백의 핵심이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라는 트리덴틴 공의회의 기본적인 가르침을 토대로 "암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내 영혼이 주님을 그리나이다"라는 내용을 액션송으로 만든 것이다. 많은 청소년이 "목마른 사슴"을 기도하면서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을 느끼고 배웠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본당에서 주로 강론이 끝나면 아무런 설명이 없이 "목마른 사슴을 바치겠습니다"하는 것이었다. 주례 사제나 해설자가 최소한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 성령을 믿는 신앙고백을 목마른 사슴으로 바치겠습니다"한다면 그 의미가 청소년들에게 더 살아나지 않겠는가 ?

드 라살 수도회 소속으로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청소년을 동반하는 존 크루즈 수사님은 98년 필리핀의 한 청소년 사목 연수에서 만난 이후 나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 특별히 ROL(Review Of Life)의 방법론에 대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99년 겨울에 한국에 초대해서 2주 동안 워크샵을 한 적이 있다. 존 수사님은 전례나 청소년 양성에 음악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탁월함이 있었다. 좋은 음악의 가사와 내용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그 내용을 통해 그들 삶과 복음을 연결하는 방법이었다. 존 크루즈 수사님을 통해서 좋은 음악, 때로는 청소년이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서 어떻게 강론이나 전례, 청소년 양성에 이용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1999년 미국에 있는 조카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서 방문할 즈음 피터 최(최영호 선생님)의 안내로 버밍햄에서 열린 미국 NFCYM에서 주최한 Youth Ministry Conference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많은 Resource를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그 자료를 사용할 지에 대한 많은 동시에 워크샵이 열렸다. 매일 열리는 많은 워크샵 가운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한 개의 워크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참여한 전례댄스 워크샵은 아주 특별했다. 어떻게 전례에 댄스를 사용할 것이며 전례댄스를 만드는 과정을 짧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Youth Ministry Conference 중간 중간의 전례 때 보게 된 전례댄스는 나에게 춤과 전례를 조화할 수 있는 시선을 열어주었다.

그 많은 것들은 제4회 청소년 큰 잔치를 시작으로 각 본당의 청소년 전례만이 아니라 다른 전례까지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 이후 유스티나와 사비나와 함께 많은 전례댄스를 만들었고, 그것은 많은 청소년 사목의 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때 이후 만든 전례댄스는 알렐루야 전 복음을 뒤에서 들고 들어가면서 하는 "Jesus Christ your my life"(제4회 청소년 큰잔치와 제주교구 소공동체 대회), 2003년 서울대교구 시노드 폐막 미사때 봉헌행렬을 이끌었던 "성령을 향한 일치의 움직임( Peace in love)"이라는 주제의 전례댄스, 2003년 교사 축제(사순시기)때 봉헌 전 자색 제대보를 가지고 전례댄스를 만들고 마지막에 제대를 자색 천으로 덮는 "The Water of the thirst", 그리고 2004년 초급교사 학교 파견 미사 때 했던 사마리아 여인의 메시지가 담긴 전례댄스. 입당때 십자가를 드러내면서 했던 전례 댄스,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전례댄스가 있다(www.frcho.net의 전례 동영상에 올려지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아름다운 그러나 힘이 있는 그룹을 만났다. 전례 가운데 Music Minister들이 봉사하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던 사람이 데이빗 하스(David Hass)였다. 그의 음악은 나의 청소년 사목의 많은 순간에 사용되었다. 특별히 그의 알렐루야는 매우 우리의 가락과 맞았고, 동시에 그를 통해 기도하는 가운데 백뮤직을 쓸 수 있다는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그 이후 미사 때 알렐루야의 시편을 낭송하는 가운데, 복음을 읽는 가운데 기타 반주를 통해서 백뮤직을 넣고는 했고, 그런 방법의 복음 선포는 청소년세대에게 매우 강력했다.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들 안에 이미 하느님의 성령이 거처하시고, 활동하시는 것이다. 많은 어른들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른들은 좋은 의미의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청소년의 많은 것을 제지하고, 확인되고 명료한 것만을 가르치려고 한다. 하지만 청소년을 가르치고, 훈육하고, 지도하려고 할 때 그들 안에 활동하시는 역동적인 성령의 움직임을 보지 못하게 된다.

청소년 안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시는 성령의 움직임을 듣고 바라보고 관상하는 것이 청소년 사목에서 매우 중요하다. 때로 우리는 이해할 수 없을 때,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우리가 어떤 것을 두려워 할 때, 교회 매스 미디어의 개척자 삐에르 바뱅 신부님에 의하면 그 순간 그 젊은이들에게 그것을 솔직히 말하라고 한다. 그러면 그들이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며 우리가 감히 기대하지 않은 것을 말하고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떼제의 로제수사님도 같은 시선을 가졌다. 그래서 그는 젊은이들이 떼제 공동체를 "감히 기대하지 않은 삶"에로 이끌었다고 말하고 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 하신 말씀 "젊은이들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무엇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결코 교회를 망치지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청소년 안에 살아 활동하시는 성령을 묵상하고 관상해야 한다. 그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성령의 움직임을 깨달을 때 새로운 성령강림을 체험하게 된다. 이것이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청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발견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청소년 공동체 미사"의 많은 부분이 청소년에게 물으면서 그들의 아이디어와 확인과 증언, 충고와 제안으로 정리된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들 안에 영성의 샘이 있다. 그 샘을 파게 그들을 격려하고 초대하고, 선택하게 도와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런 누군가를 만난 청소년은 자신의 우물에서 하느님의 물을 기른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 때 마다 이사야 예언자서의 말씀을 기억하게 된다.

"내가 누구를 보낼 것인가? 누가 우리를 대신하여 갈 것인가?"
야훼의 물음에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이사야서 6장 8절)

나는 그 일이 나의 일로 받아들여졌으며,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나의 이야기를 읽는 많은 이들이 이 일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또 하나의 부르심인 것이다.

나는 청소년 공동체 미사를 만드는 데 있어서 여러 차례 가톨릭 신학대학의 학장이신 전례학자 정의철 신부님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신부님은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부제님들에게 미사에 관한 많은 상상을 하게 하신다. 그래서 전례 정신과 상관없이 어떻게 청소년이 미사를 기쁘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레포트를 내주시고는 한다. 나는 전례정신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많은 순간 나는 내가 만드는 청소년 공동체 미사가 혹시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모든 것을 접근한다.
사실 어떤 본당 신부님은 전례 예식서에 있는 말마디 그 자체가 아니면 매우 싫어했었다. 그 말마디 자체를 문제 삼고는 했다. 또한 어떤 사제들은 나에게 청소년 공동체 미사에 대해서 배우면서도 그것이 공인이 되었느냐고 많이 질문들을 한다.

사실 이런 일도 있었다. 청소년 공동체 미사를 보급하기 시작하던 초기의 일이었다. 교사들에게 청소년 공동체 미사에 대한 많은 가이드라인과 내용을 가르치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숙지시킨 것이 "본당의 신부님에게 여쭈어보고, 그 분이 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미사에 수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재차, 삼차 강조했었다. 그리고 며칠 후 한 사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연수 후에 자신의 본당의 교사가 오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란다. "신부님 미사를 신나게 드리는 방법을 배워왔습니다. 신부님은 가만히 계시면 되고요. 저희가 다 할께요" 그 신부님 왈 "도대체 어떻게 가르쳤길래 그렇게 이야기하느냐?"는 것이었다.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많은 찬사와 오해, 혹자의 반대 속에 청소년 공동체 미사가 자리하고 있다.

나는 가능한 전례학자인 정의철 신부님의 조언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 내가 전례에 대해서 쓴 여러 글들을 그 분께 보냈고, 그 분의 긍정적인 답을 늘 들어왔다. 그리고 교회의 허락을 받으려고 많은 애를 써 왔다. 94년 10월 그 첫 번째 기회가 왔다. 당시 중고등부 교사연합회 (본당 중고등학생 사목부의 전신) 지도 신부였던 나의 전임인 홍승권 신부님의 요청이었다.

95년 제1회 청소년 큰 잔치를 하려고 하는데, 미사를 맡아서 해 줄 신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몇 가지 이유로 주저했지만 선배 신부님의 요청과 청소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 미사를 책임지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기획한 미사가 수용될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대미사에 대한 모든 것을 위임받고 마지막에 집전자인 추기경님의 허락을 기다렸다. 여러분은 혹시 알고 있는가? 해당 교구에서 교구장이 집전하면 그 전례는 승인된다는 사실을... 사실 교회의 전례지침서에는 바꿀 수 있는 부분과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하나의 작은 시도가 공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해당 교구의 교구장의 책임이다. 추기경님은 세계 교회를 다니신 분이시다. 그 분이 접하지 않았던 지역 교회의 전례가 있었을까? 설명해드리는 미사의 흐름을 흔쾌히 수용하셨고, 제 1회 청소년 큰 잔치의 미사가 청소년들의 마음에 작은 흔적을 남기고 끝났다. 교구장님이 그 미사를 집전해 주심으로 교회의 전례적 가르침에 합당하다는 것을 인정해주신 것이다.

이 후 1999년 11월 제2회 청소년 큰 잔치와 2000년 제3회 청소년 큰잔치 때 강우일 주교님, 2002년 제4회 청소년 큰잔치 때 염수정 주교님이 청소년 공동체 미사 집전해 주심으로 확고하게 되었다. 혜화동 주교관에 추기경님과 함께 기거할 때, 가끔 그 분은 청소년 미사 때를 기억해내시고는 했다.

나는 지난 15년간 청소년과 미사를 드리면서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해 왔었다.

◀ 시흥동에 있을 때 고 1친구들과 법원리 갈곡리 공소에 MT를 가서 드린 그 화해와 우정의 미사
◀ 산행 중에 비가 오는 가운데 절 옆의 지붕 밑에서 움직이는 제대(참여한 사람들이 성작,
성합, 초, 십자가..을 들고 있었다)와 함께 드린 미사.
◀ 1회 청소년 큰 잔치가 끝나고 북한산에 자봉이(자원봉사자)들과 산행하면서 눈길에서 드린 미사
◀ 안면도, 가평, 거진의 엠티에서 드린 우정을 맺는 특별한 기억의 미사
◀ 역촌동에 있을 때, 가평 계성초등학교 캠프장의 폭우가 쏱아지던 어느 날 밤에 드리던 미사
◀ 산 정상에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미사를 드린 벅찬 기억.
◀ 94년 오토바이 사고 후에 안양 나자로 마을에서 청소년 피정 때 누워서 드린 절망속의 미사
◀ 큰 잔치 때 미사를 진행하느라 제의도 입지 못하고 청소년들이 벅차해 하는 것을 보고
혼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소 짓던 미사
◀ 95년 삼성산 성당을 떠날 때 그 지하 성당을 꽉 메운 청소년 친구들과 드린 미사.
미사 후 혼자서 제의방에서 울었던.
◀ 정동진의 바닷가의 노을과 성체가 오버랩 되어 거양성체를 내릴 수 없었던 기억.
◀ 한마음 수련장 강당을 열기로 녹여버린 수많은 청소년들과 드린 미사.
◀ 함께 노래로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그냥 가슴이 벅차 울어버린 미사.
◀ 평화의 인사 가운데 청소년들의 작은 속삭임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던 미사.
◀ 지리산에서 주님의 기도를 드리는 중 우리의 모습이 바위에 새겨졌는데
그 주변을 무지개로 감싸는 체험
◀ 경남 함안에서의 교사 MT때 오해 때문에 서로 상처입고 난 후 신림동 교사들과 드린 화해의 미사
◀ 젊은 친구의 가슴 아픈 신앙고백을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애써 숨기려 했던 미사
◀ 햇살의 간사였던 남경애 데레사의 기일에 도봉산에 올라가 매년 드리는 가슴 저린 순간순간의 미사
◀ 내가 머물 던 주교관으로 한 그룹 그룹을 초대해서 드린 소박한 우정의 미사들
◀ 저녁에 시작해서 밤이 새는 줄도 모르며 미사 안에 모든 것을 접목했던 그 길었던 미사들
◀ 여름캠프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의 아름다움으로 드린 미사들
◀ 여름날 밤 양동리의 바깥 마루에서 드린 그 아름다운 시골 정경의 평화로웠던 미사
◀ 본당에서 움직이지 않는 청소년들을 움직이려고 애쓰던 미사
◀ 청소년 작은 잔치 때, 활기에 가득 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미사
◀ 초급 교사학교 파견에 참여한 많은 신부님들과 함께 드린 뿌듯했던 미사들
◀ 봉헌극의 아름다운 의미들이 미사를 더 깊이 하게 했던 미사
◀ 주변에 깨어진 가정의 친구들이 많아서 도와주려고 강론 때 내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울어버린, 눈이 퉁퉁 부어 드렸던 MT때의 미사
◀ 사목부를 떠나면서 드린 가슴 아픈 이별의 미사

그 가운데 인간적인 눈으로 실패한 미사, 쇼처럼 되어버린 미사 그리고 소란스러운 미사도 있었다. 또한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던 미사, 벅찬 가슴을 쓸어내리며 드렸던 미사, 모두가 아름다워 보였던 미사도 있었다. 그러나 그 미사가 실패한 미사였든, 성공한 미사였든 나는 그 자리가 우리 모두를 하느님과 마주치게 한 시간과 공간이었음을 확신한다. 그 자리에 주님께서 청소년들의 아름다움에 미소짓고 계셨으리라 믿는다. 나는 행복한 사제이다. 내 일생을 청소년 사목을 위해 바치겠다고 결심한 이후 이 커다란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 특권 안에는 아픔이 너무 많고, 고통이 너무 크다. 그러나 난 청소년을 위해서 겪는 고통과 아픔을 기쁨으로 여긴다.

청소년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청소년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십시오
-성 요한 보스꼬-

얘들아 뛰고 달리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라.
그러나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죄만 짓지 말아라
-성 필립보 네리-


6번의 시리즈로 청소년 공동체 미사를 위한 걸음들을 마감합니다. 아직 다루지 못한 부분과 더 깊이 다루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청소년과 함께 계속 여행하면서 채워가면서 또 다른 전례에 대한 씨앗을 뿌리겠습니다.
다음 14번째 씨앗을 기대해주세요.. 하하하..

- 끝 -

 

 

 

 

- 2005년 6월 7일 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