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22 20:16
꿈의 씨앗 2 - 내가 만난 청소년 사목의 첫 천사들
 글쓴이 : 조재연
조회 : 3,287  
 
 
신학생 시절 난 내가 지닌 사제상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제였다. 그래서 나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노동자들을 위한 사제가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방학 때면 JOC(가톨릭 노동청년회)의 노동청년들과 팀모임을 하고 그들과 함께 하면서 노동 사제로서의 꿈을 키워갔다. 군대를 제대하고는 성남에 있는 제화공장에서 구두를 만드는 노동의 삶을 체험하고는 했다. 그러면서 죠셉 까르딘의 정신을 익혀나갔다. 난 그때 내 영적인 스승인 오영진 신부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을 만나게 된 것은 내 삶의 큰 은총이었다. 오영진(올리비에 드 베랑제)신부님은 지금은 프랑스 파리 외곽의 생드니 교구의 교구장이 되셨다. 그 분은 프라도 사제회 소속의 Fidei Donum( 신앙의 선물 )로 한국에 파견된 분이었다. 그분을 통해서 난 재속 사제의 영성을 배울 수 있었고, 복음에 따라 사는 것에 대한 매력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 분에게 배운 복음연구는 후에 지금의 주님 맛들이기 방법론으로 청소년에게 적합하게 변형시킬 수 있었다.

90년 사제 서품 후 첫 번째 본당인 역촌동 성당에 2보좌 신부로 부임하게 되었다. 2보좌 신부에게 맡겨진 직무는 초등부와 중고등부였다. 그것은 내가 원하던 사목이 아니었다. 난 늘 노동자들에게 빚을 진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l 그래서 고백소에서 만난 청년, 또 미사 후 성당 마당에서 인사를 하면서 노동 청년을 발견해서, 주일날 저녁 미사가 끝난 후 JOC 팀모임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물론 새 사제로서 내게 주어진 초등부와 중고등부를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주일, 청소년 미사가 끝나고 인사를 하고 있는데, 한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나에게 면담을 청했다. 우리는 평일 오후 수업이 끝나고 사제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한 날 그 친구는 다른 여학생 한명을 데리고 찾아왔었다. 약속한 친구는 키가 크고 눈이 작고 얼굴이 둥글었고 같이 온 다른 한 친구는 키가 작고 눈이 크고 얼굴이 했다. 나는 그 두 여학생이 친한 친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을 자매라고 소개했다. 두 자매는 자기 부모님과의 갈등을 상담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었다. 그 자매는 자신의 부모님이 친부모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자매인데 사실 쌍둥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 분들의 객관적인 모습, 냉정한 태도, 때로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이기도 한 행동들. 그러면서 받은 상처가 깊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쌍둥이 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냐고..이런 가정의 분위기와 사춘기의 특별한 내적 갈등이 맞물려서 자신들의 존재의 기반을 흔들어 놓는 문제들을 꺼내 놓았다.

난 그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때때로 바쁜 가운데 찾아온 그들을 짧게 환대하고 돌려보냈고, 시간이 있을 때는 그들의 깊은 내면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친구들은 자신들의 상처와 분노를 표현했고, 기쁨, 갈망과 꿈들을 내게 쏟아 놓았다. 하지만 나는 사실 청소년들의 심리나 그들이 지닌 시기적인 문제에 대해 무지했다. 그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단지 들어줄 뿐.. 그래서 난 그 주임 신부님께 요청을 드리게 되었고, 주임 신부님의 배려로 서강대학교 심리 상담 코스를 하게 되었다. 강의 시간에 그 두 친구의 갈등과 고민이 내 교재가 되어, 교수님께 질문하고, 또 배운 여러 가지를 통해서 그 친구들을 도울 수 있었다.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우정을 맺게 되었고, 친구란 나이를 넘어서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난 그 본당에서 1년 6개월을 있었고, 그리고 두 번째 본당으로 이동했다. 그 후 몇 번 찾아왔었고, 점차 전화를 몇 번 받고는 했다. 그리고 그 후 그들은 대학에 진학했고,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갔다. 시간이 해결했는지, 아니면 그들 마음 안에서 부모님과 화해가 되었는지, 그들은 부모님과도 원만한 관계를 이루면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한 친구는 독일로 공부를 하러 가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나 97년쯤이었다. 그때 난 많은 사목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교구의 청소년 사목 책임자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주위에서는 비난과 비판 그리고 더 많은 요구만을 해 오고, 도와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 속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 즈음 난 독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바로 몇 년 만에 받는 쌍둥이 언니의 편지였다. 그 친구의 편지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그 순간에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을 때, 믿을 수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주고, 친구처럼 들어주고, 어느 때 찾아가도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그때 신부님에게 받았습니다. ”

한계에 부딪쳐 있던 나에게, 무언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나에게 이 편지는 내게 중요한 것을 보게 했다.

“ 아 ! 내가 한 영혼을 도와주었구나. 그 친구의 터널 같은 캄캄한 어둠의 시절에 내가 내어준 짧은 시간과 작은 관심이 한 생명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구나 ” 하는 벅참을 불러일으켰다.

누군가 자신을 믿어주고, 신뢰를 줄 때 그 신뢰는 한 친구를 절망에서 일으키고 그 믿음은 그에게 생명을 준다는 사실을. 내가 하는 사목이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나의 작은 신뢰가, 내가 애쓰는 사랑과 청소년에 대한 헌신이 먼 훗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다는 것을 그 친구의 편지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 글은 청소년에게 바친 나의 작은 땀방울에 대한 감히 기대하지 않은 보상으로 받아들인다. 이 작은 한 통의 편지를 통해서 내가 그 친구에게 준 작은 신뢰가 있었다면, 나는 그 친구에게 엄청난 신뢰를 받았다는 것을 고백한다.

15년전 그때 나는 그 친구들을 통해서 내가 바쳐야 할 양들을 발견했었다. 그 친구들의 내면을 보면서, 청소년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고, 내가 지낸 사춘기의 어둠을 다시 새기면서 그때 받은 나의 상처와 아픔, 꾸었던 꿈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안에 청소년의 그 어둠을 돕고 싶은 강한 에 대한 깊은 열망이 자라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 두 친구, 아녜스와 골롬바가 나를 청소년 사목으로 이끈 첫 천사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내 여정을 살펴보니 마치 출애굽기 2, 23-25.에서처럼 야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의 신음소리를 들으시고, 그들을 구원하기로 작정하셨듯이, 하느님께서 나에게 그 두 친구를 보내셔서 그들의 내면을 듣게 하셨고 나의 마음 안에 청소년을 돕고 싶은 강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셔서 나를 청소년 사목에로 초대하셨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청소년 사목은 씨뿌리는 사목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결실은 없고, 보이고 만져지는 것도 없는 사목이다. 신앙이 없으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사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매는 10년 혹은 20년 후에 피어난다는 것을....

씨를 뿌리자, 씨를 뿌리자..
신앙을 가지고 복음의 씨를 뿌리자..
씨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청소년 사목은 희망을 씨뿌리는 것이며, 미래의 교회를 씨뿌리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언젠가 열매맺어주실 것을 희망하면서..
 
2004년 3월 23일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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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16-03-07 21:20
 
어둠속을 겪고 있던 두 소녀에게 한줄기 빛이 되주었던 신부님...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사목적인 어려움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두 소녀가 신부님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 돌아왔네요..
두 소녀를 통해 확신을 가지시고.. 그 확신으로 해 오신 수많은 노력들..
하느님의 신비는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부님과 만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저이기에....
자신감 넘치시는, 확신에 차신 신부님의 모습을 봐온 저이기에 신부님께서 이런 어려운 시간들을 겪으시고 극복해 내신 순간들에 대해 읽으면서 놀랍기도 하고 벅차오르기도 합니다.

씨뿌리는 사목.. 미래를 위해.. 눈앞에 결과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기에 정말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모든일에 최선을 다할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
손은희 16-08-26 10:25
 
씨앗 2을 읽고 저에게 깊숙히 다가온 단어는 "신뢰" 와 " 친구" 라는 단어였습니다.
신부님께서 행하신 청소년 사목의 첫 시작이라 할 수 있었던 아녜스님과 골롬바님과의 이야기를 보며
그분들을 통해 한 층 더 신부님의 목표와 방향성이 뚜렷해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신뢰" 로서 청소년들의 "친구"가 되신 신부님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저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씨뿌리는 사목에 동참하는 이로써 앞서 사목에 동참한 선배들을 따라 신부님과 신뢰를 통한 친구로서
함께 나아가길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