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22 22:57
꿈의씨앗 32 - 내가 청소년 사목을 택한 이유(하) [평화신문 2006.5.28]
 글쓴이 : 조재연
조회 : 4,943  
 
 
나의 우울함과 사춘기의 갈등은 성체조배를 하며, 주님께 눈물을 흘리던 것으로 지나갔다.
얼마나 많이 성당에 혼자 앉아 있었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본당 신부님이 당신 어머니의 장례를 지내고 오셔서
'이제야 성모님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시면서 성모님이 바로 당신 어머니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했다.
그리고 나도 성모송을 외우면서 내 어머니께 기도했다. 어쩌면 그 수많은 묵주기도들 가운데
내 사춘기는 통과했는지 모르겠다. 바로 내 어머니가 주신 그 사랑의 기억과 함께….

 
난 사제가 됐고,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청소년 사목에로 초대하셨다. 난 한아이가 홀로 있으면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
어떻게든 말을 걸고, 무엇으로든 초대했다. 한아이가 내뱉는 한마디 말에서 그의 배경을
생각하게 됐고, 어떤 친구의 고민 한마디에 내 마음은 온통 그 아이 생각으로 가득차기도 했다.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그냥 내 마음이 혼자 있거나, 말이 없거나, 무언가 문제를 담은
아이에게로 시선을 향하게 했고, 본능적으로 내 마음이 그곳에 머물렀다.

난 그 아이들의 우울함에 내 사춘기의 우울함을, 그 아이들의 고독함에 내 사춘기의 고독을,
그들의 공허감에 내 사춘기의 공허감을 읽으며, 지독하게 외로운 사춘기를 보냈던 내 모습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그들의 숨겨진 마음을 읽는 데 남들보다 빨랐는지도 모르겠다.
난 어쨌든 청소년 친구들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궁리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청소년에 대한 지식도, 그들에게 매력도, 그들을 도울 방법도
아무 것도 없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됐다.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을 향한 마음이었다.

나에게는 그들을 위해 나를 바치고 싶은 마음, 그들을 돕고 구원하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열정에 가득 찬 마음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내 인생 초기의 13년 동안 넘치도록,
그래서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만큼 넘치도록 받은 내 어머니에게서 배운 그분 마음이었다.
아니 하느님께서 내 어머니를 통해서 나에게 가르쳐주신 마음이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을 울리는 그 사랑의 순간에 그분 마음이 담겨 있다. 유리 상자, 이것들은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하느님의 마음이며, 나에게는 하나의 성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사랑을,
바로 내 어머니가 내게 담아 주셨던 그 하느님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난 지금도 버스를 타고 가다, 전철을 타고 가다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청소년 친구들 만나면
'저 친구는 무엇을 힘들어 할까?'하고 본성적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이러한 나의 삶의 어둠과 아픔을 통해서, 그리고 어머니의 그 사랑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청소년 세대를
구원하라고 내 마음에 불을 지피시는 것이다.

난 생각한다.

 "하느님께서 내 부모님을 남들보다 일찍 데려가신 것이 나에게 부정적 사건이었나?"

 이 물음에 대해 생각할 때면 나는 확실한 대답을 얻게 된다.

그 사건이 내게 부정적이었든, 긍정적이었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간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민을 통해서 새로운 일을 하시는 하느님을 나는 청소년 친구들과
함께 찬미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6.5.28일자 '조재연신부의 청소년사목이야기'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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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 15-11-18 00:15
 
하느님께서 어머님을 통해 보여주신 마음..
그것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보내주고 계신 큰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이유가 있다는
말씀..깊이 새기겠습니다..
최종현 15-12-13 13:18
 
가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다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끌림이나 영적인 경험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 그 날의 분위기.. 그날의 복음 말씀..
그날의 성가.. 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을 하고나서..
가족 간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을 나누거나..
부부, 자녀들의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아 지고..
풀리지 않던 문제들에 대한 해답도 많이 만들어 졌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
제게는 하느님께서 항상 제곁에 계신다..는 말씀과 같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박준규 15-12-17 17:58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기에 그 이끌림에 잘 귀기울이고 따라야 하는 것 같습니다.
부부모임을 통해 햇살에 다시 발을 붙이게 되는 계기도 하느님께서 아이들을 인도하기 위함 인 듯 합니다.
윤수연 16-01-01 08:58
 
저는 어릴때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셨지만, 성모님에 대해서는 그때 잘 몰랐던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우리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성모님을 알게 된것 같아요. 아이들에 대해
기도할때 꼭 성모님이 계셨거든요.^^
좀  더 성사에 가까워지도록 많이 노력해야 당신께로 더 가까이 갈수있을것 같네요.
어린시절에 힘들었던 저의 모습들과 성당에 다니면서 잘 이겨내게 도와주신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께서 하시는 일은 뭐든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